연합사 새 행동지침…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 6명 "이런 모습이 동맹의 상징"
  • ▲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최근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전환한 뒤 창설할 새 연합사령부의 지침과 관련해 “미국의 위기 시 한국이 개입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미국 안보전문가들 대부분은 “한국의 개입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2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군의 지원 범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미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이후 워싱턴에서 꾸준히 이뤄졌다”며 안보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했다.

    버웰 벨 “한반도 바깥에서의 미국 지원, 동맹의 특징”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조약상으로는 한국군이 한반도를 벗어난 지역에서 미국을 지원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동안 한국군과 한국 국민들은 역내를 벗어나 세계 각국에서 미군의 활동을 지원했다”면서 베트남전쟁을 그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벨 전 사령관은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돕는 것으로 규정돼 있지만, 저는 양국 간 협력이 과거에 그랬듯이 역내를 벗어난 곳에서도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이런 모습이 동맹의 상징(hallmark of the Alliance)이 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벨 전 사령관은 이어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만약 북한이 괌이나 하와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경우 한국군이 돕지 않는다면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 여부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저는 기절할 만큼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루스 벡톨·수전 손튼 “北이 美 공격하면 한국 개입은 당연”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형이나 화성-15형 탄도미사일로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공격, 20만 명이 사망했다고 치자. 이는 곧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전면전이지 않으냐”며 한국이 한미연합사의 역할을 한반도 내로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 일본 요코스카 미군기지에 들어와 수리를 받는 핵추진 항공모함. ⓒ연합-교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 요코스카 미군기지에 들어와 수리를 받는 핵추진 항공모함. ⓒ연합-교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벡톨 교수는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한 쪽에 대한 공격은 다른 한 쪽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며 “한미동맹이 나토와 달라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대행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북한이 먼저 미국을 공격했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은 앞서 중동에서도 그랬듯이 미국을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그것이 정상적인 동맹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맥데빗 “북한이 주일미군 공격해도 연합사 개입해야”

    예비역 해군 소장인 마이크 맥데빗 해군분석센터(CNA)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의 영토에 해당하는 주일미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을 경우 한미연합사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상상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에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의 모든 위협에 대응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많은 전문가는 이를 한반도에서 캘리포니아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협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맥데빗 선임연구원의 말을 설명했다.

    브루스 베넷 “상호방위조약의 범위는 한반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제 생각에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규정하는 ‘태평양’의 범위는 한국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모든 지역을 의미한다”면서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자’는 미국의 요청에 ‘부적절하다’며 거부한다면, 미국은 이를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조약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국군 역할 확대, 동맹의 성숙 나타내”
  • ▲ 미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미국 핵무기는 북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미국 핵무기는 북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수전사령부에서 복무한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한국군이 미국의 위기에 개입하는 것은) 동맹의 자연스러운 성숙”이라고 지적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미)동맹의 위협은 단지 북한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 양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막는다고 돼 있다”면서 “이 말은 즉 (한미연합사의 대응 범위가)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상호방위조약의 의미와 지금 아태지역과 세계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의 위기 시 한미연합사가 개입한다는 말이)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두 나라의 전략적 이해에 비추어 한미동맹을 냉정히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오핸런 “한미 상호 간의 방위, 주권적 결정”

    반면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미연합사의 지침에 미국의 위기 시 한국의 개입이라는 문구를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전략적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에서의 위기 발생 때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매우 많은데, 이를 모두 명문화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오핸런 연구원은 또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가하려는 조짐을 포착한 미국이 B-2 폭격기 등으로 대북 선제타격을 하는 경우나 한국과 북한이 제한적인 지역에서 무력충돌을 벌일 경우를 언급하며 “미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한국의 역할을 배제하고 북한 ICBM 발사대를 파괴하는 것이 주권적 결정이듯, 한국이 한미 연합대응에 동참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주권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