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전혀 몰랐다" 주장하더니, 본인이 계좌이체… 민정수석 직무관련성에 주목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가 임박한 가운데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뇌물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교수가 더블유에프엠(WFM)의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사들인 날 조 전 장관의 계좌에서 정 교수 측으로 수천만원의 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 수사의 쟁점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행위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다. 민정수석의 직무범위가 넓은 데다 대법원이 무형의 이익도 뇌물로 인정하는 만큼, 조 전 장관이 뇌물죄 공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29일 정 교수를 구속 이후 세 번째 소환해 조 전 장관과 공모 여부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2018년 1월 코스닥 상장사인 WFM 주식 12만주(약 6억원어치)를 시세보다 2000원가량 싼 주당 5000원에 차명으로 사들여 2억4000여 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WFM은 '조국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투자한 2차전지 업체다.  

    "전혀 몰랐다" 주장한 조국... 자신의 계좌에서 자금 이체 확인

    검찰은 정 교수가 WFM 주식을 사들일 무렵 이 회사가 군산공장을 기공하고, 중국업체와 공급계약을 맺는 등 주가에 호재성 공시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주식투기를 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또 이 거래가 있던 날 조 전 장관의 계좌에서 정 교수 측으로 5000만원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에 주목했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사모펀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만큼 투기 개입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뇌물죄에서 뇌물은 금전과 물품 등 재산적 이익은 물론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 정 교수가 WFM의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면, 시세차익이라는 유형의 이익은 물론 주식 투기를 위한 미공개 정보라는 무형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거래를 사전에 인지했다면 공직자윤리법은 물론 뇌물죄의 공범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시가보다 싸게 주식 매입" 뇌물 의혹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정 교수가) 호재성 공시 직전에 시가보다 싼 가격으로 주식을 대량 매집했다"며 "그런 것들에 대해 제가 검사라면 '이건 뇌물이 아니냐'고 (생각해) 반드시 수사를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수사의 종착점은 차액 혹은 횡령된 돈이 건너간 것의 뇌물성 여부"라고 지적했다. 

    한 고위 법조인은 "시세보다 싸게 산 것은 물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후 산정 불가능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 또 주식 투기를 위한 무형의 이익을 얻은 것이 모두 뇌물로 인정될 수 있다"면서 "조 의원이 말대로 검찰로서는 이들 혐의에 대한 뇌물죄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민정수석 직무범위 넓어… 직무관련성 있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이르면 이번주 내로 조 전 장관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조 전 장관의 주식 투기 인지 여부가 밝혀진다면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입증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사정기관의 총괄, 인사검증, 국정현안 관리 등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범위가 워낙 광범위한 데다 권한도 막강하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인 금융감독원 역시 민정수석의 직무범위 안에 들어간다. 

    기존 영어 교재를 파는 교육업체였던 WFM이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인 '2차전지 업체'로 탈바꿈했다는 점도 조 전 장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또 부부는 경제공동체이기 때문에 조 전 장관에게는 직접뇌물죄가 적용된다. 직접뇌물죄는 제3자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낼 필요가 없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민정수석의 직무 자체가 워낙 포괄적이다. 은행들, 금융기관도 다 봐야 한다"면서 "(검찰이) 직무관련성을 밝혀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부부관계이기 때문에 제3자뇌물죄가 아닌 직접뇌물죄가 적용될 것이고, 청탁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이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는 "민정수석실의 직무범위가 워낙 방대하고, 또 이런 식의 공직 비리와 관련된 부분을 막으라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조국 부부를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조 전 장관의 뇌물액을 115억원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