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땐 한기총이 기독교 대표… 靑, 광화문-서초동 '국론 분열' 때 오찬 일정 잡아
  •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불법적인 반칙이나 특권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제도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공정까지 모두 해소해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입시특혜 논란과 광화문광장 집회를 겪으며 쌓인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우리 정부는 집권 후부터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이번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말하자면 제도 속에 어떤 불공정한 요인이 내포돼 있는지를 찾아내고 그걸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 등 건강한 논의들이 이뤄져야 되는데, 공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가운데 '정치적인 공방거리'만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조 전 장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협치 위해 노력해왔지만 크게 진척 없어"

    그러면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가까이 흘렀는데 국민통합 면에서는 나름대로는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고, 또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등 노력을 해왔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세계경기가 아주 빠르게 하강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며 "북미 대화가 지금 막히면서 남북관계도 진도를 더 빠르게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더 높아지고, 이는 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 대통령인 저와 우리 정치 모두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종교지도자께서도 더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성복 목사 “정부가 반대 목소리도 들어야”

    문 대통령의 발언에 종교지도자들은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반면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인 김성복 목사는 쓴소리를 던졌다. 김 목사는 "국민통합에 종교인이 앞장서달라는 말에 공감하지만 분명 한계도 있다"며 "일본과의 수출규제 문제 같은 외교 사안에 대해서도 국민들 사이에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달라.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갈등을 해소하는 단초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김 목사는 문 대통령에게 성소수자인권법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동성혼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다만 성소수자들 인권문제에 있어선 사회적 박해나 차별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성복 목사를 비롯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영근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등 7명이 참석했다. 7대 종단 가운데 박우균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

    '조국사태' 수세에 종교계 불러 화합 도모

    청와대가 간담회를 추진한 이유는 '조국사태'로 국민여론이 악화하자 종교계에 화합을 요청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에선 당초 이번 간담회 일정을 2주 전에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기 전, 광화문-서초동 집회로 국론분열이 극심했던 때였다.

    문 대통령이 각 종단의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것은 2017년 12월과 지난 2월에 이어 세 번째다. 1년2개월 주기로 열던 간담회를 이번엔 6개월 앞당겨 개최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 대표로 청와대 앞 농성을 133일째 이어가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초청되지 않았다. 주요 교단장이 아니어서 참석 대상이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3월 청와대 종교지도자 만남에서는 기독교 대표단체로 한기총이 초청받았다. 이번에 초청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기독교 내 좌파 성향 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