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가 가짜 스펙 위조공장이냐" 질타… 이병권 원장 "내부자 징계, 소송 고려할 것"
  • ▲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정감사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원광연 이사장(왼쪽에서 세번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병권 원장(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정감사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원광연 이사장(왼쪽에서 세번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병권 원장(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KIST는 방문증 없이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11일 밝혔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딸 조모(28) 씨의 KIST 방문 기록이 세 차례 밖에 되지 않는다"며 허위 인턴 의혹을 제기하자 "여러 명과 같이 갈 때는 태그를 찍지 않고 들어간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조 장관의 해명을 이 원장이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IST는 1급 국가보안시설인데 태그나 방문증 없이 출입이 가능한가"라는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KIST 원장 "여러 명과 함께 출입 불가능한 구조"

    최 의원은 "딸 조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는 대학 때 (KIST에서) 3주간 인턴을 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KIST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는 5일로 나와 있다. 또 조국 씨는 '2주'라고 한다. 3자가 엇갈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IST 출입관리 시스템을 살펴보니 조씨의 방문증 발급 내역은 단 3일이며, 이 중 KIST 서약서에 인턴으로 제시된 기간에 해당하는 날짜는 단 이틀뿐"이라며 "방문증 없이 KIST 출입이 가능한 구조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3주간의 인턴 기간 가운데 3일만 방문증을 받았고, 연구원 건물은 출입증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고 답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도 "조국 씨는 청문회 때 '태그'라는 개념을 계속 사용했다. 딸의 인턴 당시에는 이런 구조가 아니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원장은 "당시에는 방문증을 받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였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박 의원은 당시 조 장관의 해명이 "단순한 면피성 발언이며 명백한 위증"이라고 지적했다. 

    "조씨 인턴증명서 KIST에서 발급한 적 없다"

    이날 국감에서는 '조씨가 부산 의전원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적은 KIST 인턴 시기와, 실제 KIST에서 발급된 문서상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최 의원은 "조국 딸이 부산 의전원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는 KIST 인턴 시기를 2010년으로 제출했는데, KIST에서 발급한 문서에는 2011년으로 돼 있다. 사실인가"라고 질문했다. 이 원장은 "2011년 7월18일부터로 돼 있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또 "조씨가 진학에 활용한 KIST 인턴증명서는 연구원에서 발급한 적 없고, 박사가 개인적으로 이메일 확인서를 써줬지만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출입 및 증명서 모두 허위"... 야당, 관련자 징계 요구

    이에 야당 의원들은 "당시 출입과 증명서 등이 모두 허위"라며 "조씨가 인턴을 수행하는 데 관여한 KIST 관계자들을 징계하라"고 이 원장에게 요구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조국 씨 딸이 인턴을 한 A박사와 B연구원 등을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이 원장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징계할 예정이다.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내부 징계와 민사소송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공식적으로 확인한 인턴 기간은 길어도 5일, 출입기록으로는 3일인데 이래도 징계를 하지 않고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빠른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병권 원장 "조형물에 조씨 이름 삭제 검토"

    KIST L3연구동 앞에 세워진 조형물에 조씨의 이름이 새겨진 점도 논란이 됐다. 이 조형물에는 KIST 설립 때부터 KIST를 거친 연구자와 직원들의 이름이 연도별로 새겨져 있는데, 여기에 조씨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이를 두고 "KIST를 빛낸 나머지 2만6000명을 욕되게 하는 것" "과학기술 연구의 산실인 KIST가 입시부정을 위한 가짜 스펙 쌓기용 위조공장으로 전락해 버린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원장은 조형물에서 조씨의 이름을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