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수심 1700~3700m… 직경 60km 초대형 소용돌이, 한류-난류 겹쳐 소나 탐지 어려워
  • ▲ 2015년 6월 제주 동쪽 해역에서 실시했던 한미 연합 대잠수함 작전 훈련. ⓒ해군 공식 블로그 공개사진.
    ▲ 2015년 6월 제주 동쪽 해역에서 실시했던 한미 연합 대잠수함 작전 훈련. ⓒ해군 공식 블로그 공개사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이 다음달 22일 종료된다.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인 제임스 홈즈 박사는 "한일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미군이 있다고 해도 북한의 탄도탄 탑재 잠수함(SSBN)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맹국 공조 안 되면 아군끼리 적으로 오인할 수 있어”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9일, 미 해군참모대학 교수이자 ‘J.C 와일리 해양전략’ 석좌를 맡은 제임스 홈즈 박사의 의견을 전했다.

    홈즈 박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일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대잠수함작전 측면에서 한·미·일 세 나라 모두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잠수함을 상대로 하는 작전은 수중에 있는 적을 탐지하고 추적하기 어렵다는 환경적 특성뿐만 아니라 대잠수함작전 부대 사이 또는 작전 권한을 가진 사령부와 교신도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군은 각 잠수함에 특정 구간을 할당해 순찰하도록 하고 해당 구역에는 다른 잠수함이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수역 관리를 강조하는데, 이것은 수중작전이라는 특성 때문”이라며 “수중작전에서 동맹국 지휘부 간에 긴밀한 공조가 안 되면 아군끼리 적으로 오인해 어뢰를 발사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홈즈 박사는  한국군이 미군의 대잠작전 역량을 너무 신봉해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 잠수함이 낡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대잠 능력도 냉전이 끝난 뒤에는 더이상 막강한 상대를 수중에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발전이 정체됐다”면서 “북한 잠수함은 이런 약점을 이용해 대잠 탐지 및 추적을 회피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북한 잠수함 추적에는 관련 수역 지형을 가장 잘 아는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최적의 역량을 보유했다”면서 “양국 간 불화는 공조작전에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 ▲ 2015년 12월 국립해양조사원이 공개한 동해 해류지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12월 국립해양조사원이 공개한 동해 해류지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음파탐지기 무용지물... 동해는 잠수함 천국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기 위해 만든 고래(신포)급 잠수함은 동해를 무대로 활동한다. 한미 해군에서는 동해를 가리켜 ‘잠수함 천국’이라고 부른다. 잠수함이 수중에서 탐지용으로 쓰는 소나(SONAR, 음파탐지기)가 제 역할을 못할 때가 많아서다.

    동해는 수심이 깊고,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역이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에는 어장이 생기기도 하지만, 물이 고여 움직이지 않는 수괴(水塊, 일종의 물덩어리)가 생기기도 한다. 또 한류와 난류가 흐르는 지점에서 소나로 탐지하면 허상이 보이거나 탐지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물의 온도가 음파의 전달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서는 '움직이는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1999년부터 미 해군과 한국·일본 공동 연구팀이 2년 동안 조사한 이 소용돌이는 울릉도 해저분지에서 발생해 직경 60km까지 커져 대마도를 향해 남하한다. 소용돌이는 이동하면서 남쪽에서 올라오는 쓰시마난류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참고로 바다 속 해류는 소나의 탐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직경 60km... 독도 수중에 있는 초대형 '움직이는 소용돌이' 

    동해의 수심도 잠수함 활동에는 이상적이다. 동해의 평균수심은 1700m, 가장 깊은 곳은 3742m로 알려져 있다. 면적은 100만㎢로 한반도 전체의 약 8배에 달한다. 이 정도면 초대형 핵추진 잠수함도 심해에 숨으면 찾아내기 어렵다. 북한이 고래급의 원형으로 삼은 '골프'급은 한국 잠수함만큼 튼튼하지는 않지만 수심 300m 정도까지는 잠항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잠수함은 이런 동해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하나가 해류를 타고 타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앞서 홈즈 박사가 지적한 것처럼 북한 잠수함은 노후한 편이어서 엔진을 가동하면 소음이 심한 편이다. 그러나 남쪽으로 흐르는 한류와 북쪽으로 흐르는 난류에 편승해 타력으로 이동하면 시간은 걸려도 동해를 벗어나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다.
  • ▲ 국방과학기술 플러스에 게재됐던 잠수함 탐지 기술 설명. ⓒLIG 넥스원 블로그 공개사진.
    ▲ 국방과학기술 플러스에 게재됐던 잠수함 탐지 기술 설명. ⓒLIG 넥스원 블로그 공개사진.
    게다가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괴와 소용돌이 주변에 엔진을 끄고 잠수해 있다가 해류 방향으로 움직이면 한국과 일본의 잠수함과 해상 초계기는 물론 미국 잠수함이라도 쉽게 찾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론 일본이 대한해협 일대와 쓰가루해협에 설치한 수중청음망(水中聽音網·SOSUS)으로 북한 잠수함을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은 수심 227m인 대한해협보다 수심이 440m에 달하는 데다 태평양으로 통하는 난류의 출구인 쓰가루해협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쓰가루해협에 많은 감시병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는 영토분쟁을 겪는 러시아와 대치 때문이다.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이 난류에 편승해 이동한다면 러시아 함대와 북한 탄도미사일 시설을 감시하느라 정신이 없는 일본 자위대가 이를 놓칠 수 있다.

    일본 자위대 감시 기능은 러시아 경계가 주목적


    동해의 이런 특성 때문에 미군은 일찌감치 많은 잠수함을 동해로 보냈다. “잠수함을 잡는 것은 잠수함”이라는 해군의 금언과,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의 역량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냉전 때부터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을 적 해군기지 주변에 잠복시킨 뒤 적 잠수함이 출항하면 그때부터 추적한다. 영화처럼 바다 한복판에서 적 잠수함을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군이 이런 작전을 펼 수 있는 것은 핵추진 잠수함이기 때문이다. 미군 핵추진 공격 잠수함은 물밑에서 최대 3개월 동안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잠수함에 실을 수 있는 승조원들의 식량이 3개월치가 한계여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전 세계 강대국은 물론 인도 같은 신흥 강국들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한다.
  • ▲ 지난 7월 김정은이 시찰했던 고래급 잠수함.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월 김정은이 시찰했던 고래급 잠수함.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 또한 “잠수함은 잠수함으로 잡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바다 속은 통신장애가 쉽게 일어나고, 적을 추적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오랫동안 수중작전이 가능하고 소음이 비교적 적은 핵추진 잠수함이 잠수함 사냥에는 최고”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우리 군이 북한의 SLBM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북한에 대한 비대칭전력을 가지려 한다면 아무래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국방부 국정감사는 해군이 대상이었다. 이날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북한 SLBM 잠수함을 탐지하고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격멸하는 데 가장 유용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정감사에 참석한 몇몇 의원은 심 참모총장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야당의 한 의원은 “돈이 많이 드는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지 말고, 그 돈으로 소형 무인잠수함 수십 척을 사서 북한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잡자”고 주장했다. 이 정치인은 전 세계에서 소형 무인잠수함을 실전배치한 나라가 없고, 미군조차 현재 정찰 및 탐사용 소형 무인잠수함을 개발 중이라는 현실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