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맞다" 고백했는데도 "인멸 아니다" 유도질문… 유시민 조국 감씨기 왜곡 논란
  • 유시민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편파적 편집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 캡쳐
    ▲ 유시민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편파적 편집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 캡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경록(37) 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두고 ‘편파 방송’ 논란이 거세다. 조국 법무부장관 측에 유리한 부분만 내보냈다는 것이다.

    김씨는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집과 연구실 PC를 교체, 반출해 증거인멸을 도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 김씨는 검찰에서 “유 이사장과 인터뷰한 것을 후회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이사장은 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통해 3일 진행한 김씨와 인터뷰 녹취를 공개했다. 방송에서 김씨는 증거인멸 혐의를 부인하며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 '조국 장관 가족이 피해를 본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인터뷰 전문 내용이 방송 내용과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증거인멸 아니다" 유도하는 유시민... “증거인멸 맞다" 인정한 김경록

    유 이사장은 “증거인멸로 죄를 묻더라도 미수지, 기수는 아니잖나”라며 “(PC 하드디스크를) 떼어간 행위가 증거인멸의 목적으로 떼어갔다고 검찰이 주장을 하는 거고, 본인은 지금 그게 아니었다. 정 교수가 일 끝나고 나면 다시 달아달라고 그랬고, 용산전자상가 가서 업그레이드 해가지고, 업그레이드 꼭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한 거라 그렇게 진술을 한 거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씨는 “제가 (증거인멸) 인정을 했다. 업그레이드를 하건, 뭘 손을 대건 하드나 이런 것들은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제출을 했지만, 그 행위 자체로 증거인멸이라고 인정을 하는 게 맞다. 제가 생각하기에도...”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다시 “그건 본인이 인정하고 말고 별로 상관이 없는 건데”라면서 “아, 그거는 증거인멸이라고 생각을 안 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지”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제가 알고 있는 진실이 그대로 밝혀질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며 “제가 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그거는 다 인정했고, 교수님(정경심)도 그거는 거부하기 힘드실 거예요. 행위가 있으니까”라고도 말했다.
  • 김경록은 이날 인터뷰에서 '증거인멸'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지만, 방송은 이와 다른 취지의 발언을 내보냈다. ⓒ유튜브 캡쳐
    ▲ 김경록은 이날 인터뷰에서 '증거인멸'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지만, 방송은 이와 다른 취지의 발언을 내보냈다. ⓒ유튜브 캡쳐
    유 이사장은 김씨에게 “너무 검찰이 예단을 가지고, 검사들이 오로지 답을 정해 놓고 거기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이라며 “자기가 아는 범위에서는 검찰이 굉장히 진실에 접근할 수 있게끔 노력을 해왔는데 검사들은 원하는 게 따로 있는 것 같구나. 그런 거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게 본인들의 일인 거고, 저는 오히려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하고 있다고 이렇게 부추겨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라며 “못 찾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검찰)은 음모론 진영논리 절대로 생각 안 해요. 왜냐면 자기네들 다 박근혜, 국정농단 했던 그 주역들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그 얘기를 꼭 쓸게요”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이 내용을 방송하지 않았다.

    반면 김씨가 동양대 연구실 PC 반출과 관련해 “유리한 자료들을 확보해야겠다. 저도 그때는 검찰이 유리한 것은 빼고 불리한 것만 빼서 뭔가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 부분만 방송에 나갔다. “없애라고 했으면 이미 다 없앴을 것이다. 시간도 많았다”고 말한 부분도 방송됐다. 증거인멸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조국 일가에게 유리하게 편집된 방송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부분 역시 일방적으로 편집됐다. 김씨는 유 이사장에게 “(정 교수가) 예금은 안 하시겠죠. 왜냐면 성향 자체가 주식으로 운용을 하던 성향인데 그걸 갑자기 남편이 고위공직자 됐다고 그래서 예금으로 하라는 거 자체가 그거는 완전히 잘못된...”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방송에는 “조범동이 사기꾼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림을 보면 매우 단순해지거든요”라는 부분만 공개됐다. 정 교수가 평소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였다는 증언이 조범동에 의한 투자 피해자로 뒤바뀐 셈이다.

    김씨는 자신의 인터뷰 방송이 나간 8일 저녁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날 검찰은 김씨에게 조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달 6일 정 교수를 찾아가 노트북을 전달한 경위를 물었다. 김씨는 검찰에 “유 이사장과 인터뷰한 것을 후회한다”며 인터뷰 전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 이사장은 10일 노무현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김씨와 인터뷰 전문을 공개하며 "‘짜깁기 편집이다’ ‘악마의 편집이다’ 등 많은 말이 떠돌고,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사안에 대한 진위 여부를 시민 여러분께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시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김씨가 “인터뷰 내용 후회 없고, 편집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허위사실 유포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이 접수된 상태에서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객관적으로 사실과 다른 부분을 계속 주장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알릴레오’에서 정 교수와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장난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동양대 컴퓨터, 집 컴퓨터를 복제하려 반출했다”고 주장한 혐의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로부터 1일 고발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