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85개교 조사, 9명 중 8명이 임명제"… 교육계 “비리 온상, 제도적 개혁 필요”
  • ▲ 이화여대 제16대 총장 선거 1차 투표에서 한 학생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뉴시스
    ▲ 이화여대 제16대 총장 선거 1차 투표에서 한 학생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뉴시스
    사립대 총장이 사실상 '종신제'로 운영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국내 대학 총장 선출 방식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10년 넘게 재임 중인 총장이 수두룩한 데다, 장기집권에 따른 입시비리 등 부작용이 있어 제도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85개 사립대 총장 재임기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9개 대학 총장이 13년 넘게 재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이상인 대학은 4개교에 달했으며, 최장 32년까지 독식한 경우도 있었다.

    가장 오래 재임 중인 총장은 32년2개월을 재직한 계명대(대구) 신일희 총장이다. 총장이 20년 이상 재직 중인 대학은 △경남대(29년5개월) △동양대(25년5개월) △추계예술대(20년) 등 3곳이었다. 이어 △광신대(19년) △한세대(18년2개월) △광주대(16년4개월) △가야대(13년4개월) 순이었다.

    최장 32년 이상 재임 총장도… 임명제, ‘부정·비리 온상’ 지적

    장기 재임 중인 총장들은 대부분 대학 설립자 또는 설립자·이사장과 친·인척 등 가까운 특수관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총장 임명제를 채택한 점도 눈에 띈다.

    대학총장 선출 방식은 크게 직선제·간선제·임명제로 나뉜다. 직선제는 학교 구성원이 직접 투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간선제는 중간선거자 가운데 순위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나 법인이 최종 승인하는 식이다. 구성원의 참여가 제한된 임명제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총장을 선출한다.

    지난해 국감자료를 보면 국내 사립대의 72%가 대학총장 선출 방식에서 ‘임명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세습적 총장 임명제에 따른 총장비리 사태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임명제 방식에 대한 대학가의 불신이 커졌다.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사교련) 이사장은 "거의 모든 사립대가 총장 임명제로 운영되는데,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특히 사학비리가 팽배한 상태에서 총장 임명제는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대학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임명제를 포함한 간선제는 이사회의 권한이 비대해 총장이 대학 구성원보다 이사회의 이익을 더 챙길 수밖에 없다"며 "대학 구성원들이 직접 뽑은 총장일 경우 구성원들의 이익을 더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가에서 꾸준히 총장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도 교육계의 이 같은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총장 직선제를 사립대학 최초로 도입한 곳은 이화여대다. 이화여대는 과거 '정유라 사태'로 촉발된 입시비리 문제 해결을 위해 2017년 직선제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성신여대와 상지대도 총장 직선제를 실현해 성공적 선례를 남겼다.

    교육계에선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해 총장 선출 방식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이견이 없다. 총장 선출에 학생들의 참여가 배제되는 곳이 많아 학생 의견을 포함한 논의 체계를 활발히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라 사태' 이화여대, 사립대 최초 '직선제' 도입… 학생 참여 요구 높아져

    서울권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학생들이 많은 등록금을 내는데도 총장 선출과 관련해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며 "학생 의견이 총장 선출과 함께 학교정책을 세우는 데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석 사교련 이사장은 "총장 선출 참여도와 관련해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지금 사립대는 총장과 법인 이사장의 목소리만 나올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장 임명제에 따른 견제장치가 보장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직선제가 아니더라도 학교 구성원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이를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승래 의원은 "대학 스스로가 의사결정의 투명성, 총장의 민주적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사학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학내 민주주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