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의정부지검서 순회 시작… 법조계 "평검사들 많은 곳, 검찰 간부들 압박 목적"
  •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첫 '검사들과의 대화'마치고 의정부지검을 나오고 있다ⓒ노경민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첫 '검사들과의 대화'마치고 의정부지검을 나오고 있다ⓒ노경민 기자
    조국(54) 법무부장관이 20일 검찰개혁 등에 대한 일선 검사 등의 의견을 듣는 '검사와의 대화' 순회 일정을시작했다. 조 장관은 지난 16일 전국 각 검찰청을 찾아 직접 검찰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첫 방문지로 선정된 의정부지검은 전체 67명의 검사 중 평검사가 58명이다. 조 장관이 축소를 검토 중인 특수부가 없고, 지난해 '강원랜드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가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조국 "오늘은 듣는 시간"… 검사·직원 40여 명과 3시간가량 면담

    조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의정부지검에 도착했다. 그는 청사에 들어가기 전 "검찰개혁을 위해 누구보다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과 지검 구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늘 검찰개혁 내용이든,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이든 주제에 제한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얘기할 수 있도록 상사들 배석 없이 얘기를 듣고 취합해 반영하려 한다"며 "오늘은 제가 말하는 시간이 아니라 듣는 시간"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검사와의 대화'는 비공개로 3시간가량 진행됐다. 검사장을 비롯한 간부급 검사는 배석하지 않고 주로 40세 이하 검사·직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오전 11시부터 2층 소회의실에서 검사를 제외한 검찰청 직원(수사관·공무원) 20여 명과 차를 마시며 1시간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이후 안미현 검사를 비롯한 검사 20여 명과 4층 대회의실에서 따로 점심 도시락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비공개 '대화'가 마무리된 오후 2시20분쯤 청사 밖으로 나온 조 장관은 "주로 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 건지 간략히 말했다"며 "얘기가 점점 많아지는 등 활발한 대화를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휴가를 가거나 업무차 자리를 비운 검사·직원들의 의견은 조만간 온라인을 통해 들을 예정이다.

    '조국 동기' 임무영 검사 "검사와의 대화 불릴 자격 있나"

    이번 '검사와의 대화'에 대해 검찰 안팎에선 냉소적인 반응이다. 조 장관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대검찰청과 간부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라는 이유에서다.

    조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56·사법연수원 17기)는 "오늘 열리는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란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임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라며 "시기보다 더 거슬리는 일은 검사와의 대화라는 명칭·일시·장소·참석자·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2018년까지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역임한 김종민 변호사는 조 장관이 첫 방문지로 의정부지검을 정한 것에도 '의도가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안미현 검사를 만나 안미현 검사의 입을 통해 ‘자신이 수사에 대한 부당한 압박을 당했다’며 잘못된 조직문화, 부당한 상명하복, 외압에 대한 실체적 진실 왜곡 등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이어 "조 장관이 얼마전 고(故) 김홍영 검사 묘를 찾았을 때도 상사의 부당한 지시 등을 강조하며 상명하복 같은 조직문화를 얘기했다"며 "결국 대검이나 간부들의 힘을 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사와의 대화, 결국 '내가 법무장관이다' 각인하는 꼴"

    법조계도 범죄 혐의자가 검사와 대화에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훈 변호사(한반도인권과통일위한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범죄 혐의자가 검사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 당혹스럽다"며 "검사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화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압력이나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가족에 대한 범죄 혐의가 사라진 이후에나 검사와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양윤숙 변호사도 "가족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검사들과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 변호사는 "인사권이 사실상 법무부장관한테 있는데, 그것 자체로도 검사들한테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대화에 나선 자체가 ‘내가 법무부장관’이라고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