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력 사용' 배제 안 해… 하루 만에 유가 15% 급등, 세계 증시 일제히 하락세
  • ▲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격을 받고 불타는 사우디 아람코의 정유시설 위성사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격을 받고 불타는 사우디 아람코의 정유시설 위성사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우디아라비아 군당국이 자국 국영기업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공격한 무인기(이하 드론)가 이란제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전쟁은 피하고 싶다”면서도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이날 국제 유가는 물론 금융시장까지 출렁였다.

    美도 “모든 증거 이란으로 향한다”

    미국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왕립군 투르키 알-말키 대령의 브리핑 내용을 전했다. 알-말키 대령은 예멘 후티반군 진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 결성한 아랍연합군 대변인이다. 그는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정유시설과 유전을 공격한 드론은 이란제 무기이며, 정확한 발사지점은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알-말키 대령은 “오늘 브리핑 내용은 초동수사 결과일 뿐”이라며 “후티반군이 드론을 발사한 장소는 추후 브리핑에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알-말키 대령의 발표는 아람코 정유시설과 유전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로이터통신도 같은 날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람코 정유시설을 공격한 드론이 발사된 곳은 피격당한 시설을 기준으로 북서쪽이며, 이 드론은 후티반군이 제조한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고위관계자는 “(아람코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이란에 책임이 있음은 추호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모든 증거가 이란의 책임이라고 지목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번 드론 공격으로 아람코의 정유시설 19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후티반군의 소행이라는 언론의 기존 보도를 믿을 수 없다”면서 “앞으로 며칠 사이에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평가로는 후티반군에는 그럴 능력(먼 거리에서 드론을 사용해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 ▲ 이란 국영방송이
    ▲ 이란 국영방송이 "예멘 후티 반군이 자체 개발했다"고 소개한 드론 '콰세크-2F'.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 “전쟁 피하고 싶다”... 그러나 무력 사용 가능성 남겨

    통신은 “현재 미국과 공조 중인 일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격이 드론이 아니라 순항미사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말도 전했다. 또 “후티반군은 아람코 공격에 (10대가 아니라) 17대 이상의 무기를 사용했으며, 이 중에서 일부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도 덧붙였다.

    미국은 아람코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고 못박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위터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을 공격한 범인이 누구인지 알 만한 근거가 있다”며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이어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나는 그 누구와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걸 확실히 피하고 싶다”면서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일 대비 15% 이상 급등한 국제 유가 상승세 지속

    아람코 시설 파괴로 세계 석유 공급량의 5%가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이어 미국이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16일 개장과 동시에 전일 대비 15%가량 올랐던 북해산 브랜트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16일 오후 10시20분(미국 중부 표준시 기준)까지도 각각 배럴당 67.96달러와 61.87달러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석유거래지수 전문업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원유가격도 전일 대비 평균 10% 이상 급등했다.
  • ▲ 17일 세계주요증시. 유가 폭등에 이어 주가 하락이 닥치고 있다. ⓒ네이버 금융 화면캡쳐.
    ▲ 17일 세계주요증시. 유가 폭등에 이어 주가 하락이 닥치고 있다. ⓒ네이버 금융 화면캡쳐.
    국제 유가 상승은 세계 금융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16일 장을 마감한 미국 증시에서 다우공업지수(DJI)가 142.7포인트 하락한 것을 비롯해 프랑스 CAC, 독일 DAX 등이 하락세로 마감했고, 17일 중국 상하이지수, 홍콩 항셍지수, 일본 닛케이지수 또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홍콩 항셍지수는 전일 대비 367.32포인트나 빠졌다.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살짝 오른 듯 보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5.8원, 금 가격이 g당 160원 오르는 등 시장 불안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 경제전문 언론들은 이 같은 시장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에너지·금융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