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大 연설서 밝혀… "한일, 美의 핵 억지력 못 믿으면 자체 핵무장 고려할 것"
  • 지난 8월 23일 한국 측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이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포착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월 23일 한국 측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이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포착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지 않고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한국·일본 같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 억지력을 믿지 못하면 핵무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6일(현지시간) 모교인 미시간대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연설을 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연설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핵무기를 없애려 노력하지만, 이런 노력이 실패하면 앞으로 (미국이) 아시아 전역에 퍼진 핵확산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역내 동맹국들이 어느 순간 자체적인 핵무장을 재고(再考)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 국가들은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과 능력이 있음에도 핵 보유가 더 많은 위험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과 동맹을 포함한 핵확산 억지체제에 편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한·일 핵무장 가능성’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그는 이날 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 미국과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우선 협상 테이블에 앉아 타협점을 찾고 협상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북한에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세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고 경고하면서 한·일 핵무장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美CRS “美의 핵 억지력 못 믿게 되면 韓日 핵 무장할 수도”

    비건 특별대표만 이런 주장을 한 게 아니다. 뉴스1에 따르면, CRS는 지난 6일(현지시간) ‘비전략적 핵무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CRS는 보고서를 통해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 억지력을 믿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 핵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CRS는 “특히 중국과 북한 등 주변 핵 보유국으로부터 위협받는 일본과 한국이 그런 판단(핵무장 추진)을 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CRS는 “지난 수 년 동안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비전략적 핵무기(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자거나 자체적인 핵 개발을 요구해 왔다”며 “한국의 현 정부는 이런 주장을 지지하지 않지만, (한국사회) 일각에서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이 취약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비건 특별대표의 연설과 CRS의 보고서 내용이 전해지자 국내 언론은 외교소식통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측의 이런 주장은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경고 메시지”라는 평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