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같은 사람에게서 받아야 포괄일죄…별개의 뇌물 사건 하나로 묶긴 어렵다"
  • ▲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의 첫 공판이 13일 진행됐다 ⓒ정상윤 기자
    ▲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의 첫 공판이 13일 진행됐다 ⓒ정상윤 기자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검찰이 추가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 모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추가 뇌물 혐의를 기존 공소장에 포함된 뇌물, 제3자 뇌물죄 등과 함께 처벌하는 ‘포괄일죄’를 적용하겠다는 게 검찰의 의지다. 포괄일죄는 동일한 행동(뇌물 수수)을 반복적으로 하면 하나의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검찰 측은 13일 김 전 차관의 첫 공판에서 일련의 금품 수수 혐의를 ‘포괄일죄’로 묶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에 대한 포괄일죄 적용이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10시 30분 509호 법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위반(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첫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황토색 수의, 흰 수염의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에 나왔다.  검찰 측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주요 혐의(공소사실)를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檢 “포괄일죄 가능”... 법조계 “법리에 맞지 않아”

    김 전 차관은 크게 다섯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건설업자 윤중천(58)씨와 관련해 △2006년 9월~2007년 11월 별장,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6회에 걸쳐 성접대를 받은 점 △2007~08년 3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점 △2008년 7월 윤씨가 여성 A씨에게 준 가게 보증금 1억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김 전 차관이 이에 개입해 윤씨로 하여금 1억원을 포기하게 만든 점 △2012년 4월경 윤씨 부탁을 받고 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준 점 등이다.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2008∼11년 516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현재 검찰 측은 이런 공소사실 외에도, 김 전 차관이 2000년대 초부터 모 저축은행 김모 회장에게서 받은 1억원 이상 금품에 대해 추가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검찰의 추가 기소 검토는 다른 뇌물 등 혐의와 함께 ‘포괄일죄’로 묶어 처벌 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검찰 측은 13일 재판에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뇌물, 제3자 뇌물 등 혐의는 포괄일죄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포괄일죄는 같은 범행을 반복적으로 한 경우, 모든 범행을 하나로 묶어서 처벌하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가 포괄일죄로 된다면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이렇게 되면 2008~11년 사업가 최씨에게서 받은 뇌물을 기준으로 특가법상 뇌물(1억원 이상) 공소시효인 15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현재 김 전 차관이 받았다는 뇌물 액수는 2억여원이다. 검찰이 밝힌 김 회장에게서 받은 뇌물 1억원도 추가된다면 뇌물 액수는 3억여원이 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 혐의를 ‘포괄일죄’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모 회장에게서 받은 1억원은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다른 뇌물 건과 ‘포괄일죄’로 묶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사람에게 계속 받으면 포괄일죄… 다른 뇌물 건과 묶을 수 없어”

    김용주 변호사(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는 “포괄일죄는 같은 범행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뇌물의 경우에는 한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받아야 한다”며 “김 전 차관의 경우 뇌물을 준 사람, 날짜, 목적 등이 다르기 때문에 포괄일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가 자살한 저축은행 뇌물의 경우, 특히 검찰이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출신 김모 변호사도 김 전 차관의 추가 뇌물 혐의를 포괄일죄로 묶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사건이라 공소시효도 끝나서 따로 할 수도 없으니 다른 뇌물 혐의와 포괄일죄라고 해서 끼워넣으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도 “뇌물을 준 당사자가 다르기 때문에 포괄일죄는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추가 기소를 할 거라면 첫 공판 전에 이미 했을 텐데 이렇게 검토 중이라고 밝힌 건 일종의 흠집내기라고 본다”면서 “법률적으로 제3자 뇌물죄도 말이 안돼서 원칙적으로 보면 집행유예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의 박모 변호사 역시 “김 전 차관 혐의는  뇌물을 준 사람, 뇌물을 준 목적 등이 다 달라서 포괄일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제3자 뇌물죄나 이번 추가 뇌물 건에 대해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언론 플레이같다”라는 다른  법조계 관계자의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