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후보 대선 우세" 소식에 외국인 투매… 페소화 가치, 한때 30%까지 떨어져
  • ▲ 아르헨티나 메르발 증시 지수 추이. 좌익 포퓰리즘 대선후보 우세 소식에 주가가 폭락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르헨티나 메르발 증시 지수 추이. 좌익 포퓰리즘 대선후보 우세 소식에 주가가 폭락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르헨티나 경제가 정치 때문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메르발 증시는 38% 폭락했다. 페소화는 한때 30%까지 떨어졌다가 15% 선까지 반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 증시를 달러 표시 메르발 S&P지수로 환산할 경우 48%나 폭락한 셈”이라며 “이 같은 증시 폭락은 1950년 이래 세계 94개 증권시장 폭락 기록 가운데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증시 폭락은 1989년 6월 내전이 발생한 스리랑카로, 60%가 폭락했다.

    외국인투자자, 좌익 포퓰리즘 정권 수립 우려

    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증시와 페소화 가치가 폭락한 이유는 대통령선거, 구체적으로는 좌익 포퓰리즘 후보가 예비투표에서 우세하다는 보도 때문이다.

    오는 10월 대선에 앞서 치른 대선 예비투표에서 중도성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모두의 전선’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보다 15% 뒤처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주식과 페소화, 채권 등을 팔아치웠다고 한다.

    ‘모두의 전선’은 좌익 연합체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포퓰리즘의 상징인 페론당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월스트리트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또 국가부도를 맞는 게 아닌지 궁금해 한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좌익 대선후보인 페르난데스 전 총리보다 그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존재를 우려한다. 키르치네르는 마크리 대통령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8년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냈다. 통신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정부통계 조작, 환율 개입, 국가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로 국제사회에서 유명했다”고 지적했다. 키르치네르는 현재 공금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이기도 하다.

    통신은 다국적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평가를 전했다. 싱가포르 소재 ‘UOB 자산관리’의 신흥시장채권 펀드매니저인 패트릭 와커는 페르난데스 우세 소식을 듣고 “아르헨티나 경제가 지속가능하고 잘 작동할 것이라는 희망은 이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는 아르헨티나 국채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순간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애버딘 자산운용의 신흥시장국채 담당자 에드윈 구이에레즈 이사는 “시장이 (아르헨티나의) 기본가격을 정하기 시작했다”면서 “시장이 페르난데스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계, 아르헨티나 국가부도 가능성 급등 전망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 금융상품을 팔아치운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국가부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도 지난주 49%에서 이날 75%로 상승했다. 국채 가격도 폭락했다. 달러 표시 아르헨티나 국채 가격은 평균 25% 이상 하락했고, 단기국채 만기 금리는 35% 이상 올랐다.

    통신은 “조사 결과 아르헨티나 정부와 공공기관이 현재 159억 달러(약 19조2800억원)의 달러 및 유로 표시 채무를 지고 있고, 페소화 표기 국채와 대출 이자 지불액이 별도로 186억 달러(약 22조5600억원) 더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지에로나 고라 소재 금융중개업체의 마르신 리프카 선임분석가는 “이제 아르헨티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며 “페르난데스가 집권 후 펼칠 정책으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싸움이 벌어질 것이고, 그 결과 향후 1년 내에 페소화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