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병력투입·경찰진압 이번주 결정"… '일국양제 문제점' 적나라하게 드러나
  • ▲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포착된 중국군 병력수송용 트럭들. 선전은 홍콩과 맞닿아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포착된 중국군 병력수송용 트럭들. 선전은 홍콩과 맞닿아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공산당의 전·현직 최고위층 인사들이 비밀리에 연다는 베이다이허회의가 곧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번 베이다이허회의에서 홍콩에 중국군을 투입한다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화일보는 13일 베이징의 소식통 등을 인용해 “홍콩 시위가 갈수록 커지자 베이다이허회의에서 본토의 군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진압 여부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달 초 개막한 베이다이허회의는 이번 주말 끝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이번 주말 또는 내주에 중국이 홍콩에 병력을 투입할지 아니면 홍콩 경찰의 진압방식을 강화할지 판가름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베이징 소식통은 “홍콩 시위 격화로 베이다이허회의에서 시진핑 지도부의 입장이 난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강경파가 (홍콩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잡을 경우 중국 중앙정부에 의한 무력진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위 격화시킨 홍콩 경찰의 과잉진압

    홍콩의 시위가 거리를 벗어나 공항 점령으로까지 번진 것은 ‘중국압송악법(도주범 조례)’만이 원인이 아니다. 홍콩 시민을 얕잡아보는 듯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태도에, 사실상 본토의 지휘를 받는 홍콩 경찰의 무리한 시위 진압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홍콩 경찰의 무리한 시위 진압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는 지난 11일 발생했다. 경찰이 지근거리에서 시위 여성의 얼굴에 고무탄을 발사, 실명케 한 것이다. 명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주룽반도 침사추이경찰서를 포위했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레이저포인터를 겨누고, 보도블록을 깨 던지며 맞섰다. 화염병도 등장했다.

    30여 분 뒤 침사추이경찰서 인근에서 시위를 하던 여성이 바로 앞에 있던 경찰이 쏜 고무탄에 얼굴을 맞았다.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른쪽 안구와 코뼈 연골이 파열됐다. 의료진은 긴급수술을 했지만 이 여성은 실명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홍콩 시위대는 12일부터 오른쪽 눈을 가린 채 시위에 나섰다.
  • ▲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 부위를 맡은 여성을 구급대가 후송하고 있다. 이 여성은 결국 실명됐다. ⓒ연합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 부위를 맡은 여성을 구급대가 후송하고 있다. 이 여성은 결국 실명됐다. ⓒ연합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찰의 무리한 진압은 계속됐다. 심지어 시위대 2m 앞에서 최루탄을 직사(直射)하는 사례까지 보고됐다. 1987년 6월 고 이한열 씨가 당시 진압경찰이 직사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례를 생각하면 살상행위나 다름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콩 곳곳에서는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었거나 마스크를 쓴 사람이 보이면 중국 본토인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나타나 무차별 폭행을 가한다. 지난 12일에는 한 청소년이 중국 본토인들 10여 명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구급대가 달려왔지만 청소년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런 광경은 현재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공산주의자 시진핑 ‘일국양제’의 허상 보여줘


    현재 홍콩에서 진행 중인 시위에는 100만 명 이상이 호응한다. 7명 가운데 1명이 시위에 동참하는 셈이다. 이는 시위의 핵심 코드가 ‘반중·반공’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1997년 7월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돌려받으면서 시민들에게 50년 동안의 ‘일국양제’를 약속했다. 100년 동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누린 시민들이 중국식 공산주의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을 중국도 인정한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덩샤오핑이 주창한 ‘일국양제’를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일국양제’의 뜻을 미묘하게 비틀기 시작한 것은 시진핑이 집권한 뒤부터다. 시진핑은 장쩌민과 후진타오 일파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시진핑 세력은 기존 집권층이 펼쳤던 정책을 모두 뒤집었다. 홍콩정책도 그런 듯 보였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군부대를 홍콩에 배치하고, 입법원(국회에 해당)선거에 개입하는가 하면 선거제도까지 바꿨다. 한편으로는 중국공산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책을 출간·판매한 업체 임직원들을 납치해 불법감금하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은 시진핑의 공산당이 언제 어떻게 자신들의 자유를 빼앗아 갈지 우려했다. 2014년 7월 ‘우산혁명’도 이런 우려가 커지면서 생겼다. 당시 ‘우산혁명’은 공산당이 행정장관 입후보에서부터 배후조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터졌다.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를 거부했다. 홍콩 시민들의 불만은 5년 동안 숨어 있다 이번에 터진 셈이다.

    현재 서방진영은 홍콩 시위대를 응원한다. 시위대가 중국의 공산독재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호주·대만이 공개적으로 시위대를 응원한다. 공개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편을 드는 나라는 단 한 곳, 북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