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자택서 심장마비로 별세… 생전 톱 남성 배우들 목소리 연기 도맡아
  • '외화 더빙' 전문 성우 박일(본명 조복형·사진)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MBC 성우극회 측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달 31일 자택에서 수면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성우극회 관계자는 "고인이 잠을 자다 조용히 별세했다"고 전했다.

    황윤걸 MBC 성우극회장은 일간스포츠 등 일부 매체와의 통화에서 "불과 나흘 전까지도 건강한 목소리로 통화했다"며 "평소에 지병이 있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고, 있었다면 목소리가 달라졌을 텐데 그렇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건강 관리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셨던 분이라 사망 소식이 너무나 갑작스럽다"고 덧붙였다.

    피나는 노력으로 '미성'에서 '중후한 목소리' 변신

    1966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고인은 이듬해 TBC 공채 3기 성우로 입사해 활동하다 1970년 MBC 공채 4기 성우로 이적했다.

    고인은 중후하면서도 매력적인 저음 덕분에 '외화 더빙'에서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 연기를 도맡아왔다. 데뷔 당시엔 미성에 가까웠으나 피나는 훈련을 거치면서 수년 만에 두껍고 중후한 톤으로 목소리가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알 파치노, 말론 브란도, 마이클 더글라스, 로버트 레드포드, 조지 클루니, 키퍼 서덜랜드 등, 내로라하는 정상급 배우들이 고인의 목소리로 더빙돼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됐다.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의 길 그리섬 반장(윌리엄 피터슨 분), 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버즈 라이트,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 분) 등이 고인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이다. 최근 개봉한 '토이스토리4'가 고인의 유작이 됐다.

    배우 뺨치는 '외모'와 '연기력'… 다양한 작품 남겨

    배우 뺨치는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고인은 본업인 성우 외에도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를 펼쳐왔다. MBC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 '육남매' '제1공화국' '하숙생 일기', tvN 드라마 '푸른거탑' '황금거탑',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뮤지컬 '피가로의 결혼' '사운드 오브 뮤직' 등에 출연했다.

    발군의 활약으로 70~80년대 '라디오 연기상'과 '외화 더빙상'을 휩쓴 고인은 2000년 제27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성우상을 수상했고, 2005년엔 아시아 태평양 문화예술대상을 수상했다.

    생전 두 차례 이혼한 고인은 3남 1녀를 25년간 홀로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인의 자녀들은 외국에 머물고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5호실(02-2258-5940)에 마련됐다. 발인은 2일 오전 8시 15분. 장지는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으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