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폐지시 일본에 이어 미국과의 동맹도 훼손"…靑 "모든 옵션 검토" 가능성 열어둬
  • 지난 2017년 7월 6일 오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모습.ⓒ청와대
    ▲ 지난 2017년 7월 6일 오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모습.ⓒ청와대

    미국의 군사 안보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폐지 시사에 대해 "한·미·일 간의 동맹 관계를 해칠 뿐"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밝혔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일본과 미국을 압박하는 협상 카드로 쓰자'고 주장하는 데 대한 반박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과의 양자 관계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3자 협력에도 밀접히 연계돼 있는 만큼 이를 해체하려는 행동은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이어 "한국 정부가 실제로 협정을 철회할 경우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어 미국마저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협상 카드로 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VOA에 "한국 정부가 협정을 실제로 철회한다면 일본에 이어 미국과의 동맹 관계 마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협정 철회 시사는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라고 강조했다.

    협정 철회로 일본과의 적절한 대북 정보 공유가 안 될 경우 발생할 안보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미국 국방정보국 출신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VOA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일 간 정보자산 공유가 중요한 대표적인 예"라면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궤적이 일본 영해 또는 상공을 지나는 만큼 3국 간 정보 공유는 북한의 위협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일부 정치권에서는 '한일 무역 분쟁에 미국을 중재자로 참여시킬 협상 카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지 카드가 유효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1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만 반대했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들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한일 군사협정 파기는) 무역을 곤봉으로 쓰고 있는 아베 일본 총리가 그 곤봉이 자신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이 일본에 전달하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18일 오후 회담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는) 일본에서 먼저 도발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명분이 있고 한미일 안보 공조와 동북아 안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데 좋은 계기"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연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무부는 오는 8월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대해 "재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VOA를 통해 18일(현지시간) 밝힌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18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주장과 관련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19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협정 재검토는 연계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가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협정 파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지난 2016년에 한국과 일본 양국이 군사정보를 서로 직접 공유하기 위해 추진한 협정이다. 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서로의 대북 정보를 전달받아왔다.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 어느 한쪽이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다음 달 23일이 만료 3개월 전이기 때문에 한국은 폐지할 의사가 있다면 그전까지 일본에 입장을 통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