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거부하다 3월부터 갑자기 MB에 불리한 증언… 국세청 3월부터 이학수 집중조사
  • ▲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뉴데일리 DB
    ▲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뉴데일리 DB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검찰 도우미' 역할을 하던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지난 3월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이 전 부회장을 압박해 유리한 진술을 받아내고, 항소심에서 이 전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자 다시 세무조사로 압박해 유리한 법정증언을 이끌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9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은 3월부터 이 전 부회장 재산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조사3국은 상속·증여 등 차명재산 조사를 담당하는 부서다. 국세청은 이 전 부회장 일가가 소유한 서울 강남 엘앤비타워의 실소유주인 엘엔비인베스트먼트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특히 이 전 부회장의 자녀들이 이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탈루가 있었는지 여부와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적 부분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세무조사, 이학수 항소심 증인 출석 시기와 맞물려

    국세청의 세무조사 시작 시기는 이 전 부회장의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 증인 출석 시기와 맞물린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전 부회장이 검찰이 원하는 허위진술을 한 대가로 면죄부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전 부회장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이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도 이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이 전 부회장은 소환에 불응했다.

    그런데 이 전 부회장은 3월27일 갑자기 법정에 출석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당시 이 전 부회장은 "청와대를 다녀왔다는 김석한 에이킨검프 변호사의 요청을 듣고 다스 미국 소송에 들어가는 법률비용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그가 지난해 2월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의 내용과 비슷하다.

    이 전 부회장의 '기습적' 증인 출석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국세청과 협조한 세무조사를 통해 이 전 부회장을 압박하고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법정증언을 이끌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은 검찰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번복돼 왔다"면서 "이번 세무조사 역시 이 전 부회장을 압박해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법정증언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본지에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세무조사는 세법상 목적 이외의 다른 의도나 목적으로 실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입맛'대로 진술 번복… 뇌물공여죄, 기소 안 해

    이 전 부회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도 검찰이 주장을 바꿀 때마다 그에 따라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삼성의 자금지원 시기와 지원 명목, 대가, 지원금액 등에 대해 수차례 주장을 바꿨고, 이 전 부회장도 그때마다 검찰 주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수보충서를 내고 진술도 번복했다.

    검찰은 이렇게 확보한 진술을 근거로 지난해 4월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당시 뇌물공여에 대한 공소시효가 7개월가량 남았던 이 전 부회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기소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고, 지난해 11월 이 전 부회장의 공소시효는 만료됐다.

    검찰은 지난해 2월 이 전 대통령의 삼성 자금수수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부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 전 부회장은 압수수색 직후 귀국해 자수서를 제출하고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부회장의 검찰 진술은 이 전 대통령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