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소 "부산서 러시아 극동 나홋카 항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北인계 가능성"
  • ▲ C4ADS가 추적한, 김정은 전용 벤츠 밀반입 경로. ⓒC4ADS 보고서 캡쳐-RFA.
    ▲ C4ADS가 추적한, 김정은 전용 벤츠 밀반입 경로. ⓒC4ADS 보고서 캡쳐-RFA.
    지난 13일 국내 언론들은 “김정은의 전용 벤츠 차량을 불법 수출한 것은 일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전문 씽크탱크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은 조금 다르다.

    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의 전략적 조달 네트워크 폭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김정은이 타는 전용 벤츠 차량의 반입 경로를 추적한 결과도 포함돼 있다.

    C4AD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네델란드 로테르담에서는 대당 50만 달러(한화 약 5억9000만 원)짜리 벤츠 승용차 2대가 컨테이너 2개에 각각 실렸다. 운송업체는 ‘차이나 코스코 쉬핑 그룹’이었다. 컨테이너들은 화물선에 실려 41일 뒤인 7월 31일 중국 다롄 항에 내려졌다.

    컨테이너들은 다롄항에 있다가 8월 26일 토고 선적 ‘DN5505’호에 실렸다. ‘DN5505’호는 일본 오사카항을 거쳐 9월 30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10월 1일 ‘DN5505’호는 러시아 극동의 나홋카 항으로 출발했다. 이때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껐다. 18일 뒤에 AIS가 커졌을 때는 한국 영해 안에서 발견됐다. 당시 ‘러시아산 석탄’을 싣고 포항으로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N5505호’의 실제 선주는 한국 업체 ‘도영 쉬핑’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배는 지난 2월 러시아 나홋카 항에서 원산지를 속인 북한산 석탄을 싣고 포항 신항에 입항했다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다.

  • ▲ 경북 포항시 항만에 억류돼 있는 토고 선적 화물선 DN5505호.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북 포항시 항만에 억류돼 있는 토고 선적 화물선 DN5505호.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DN5505’호의 AIS가 꺼져 있을 때인 지난해 10월 7일, 고려항공 소속 IL-76 화물기 3대가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갔다.

    C4ADS 측은 “김정은 전용 벤츠가 이 화물기로 옮겨졌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포착하지 못했지만 해당 화물기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해당 화물기가 김정은의 해외 순방 때 전용 벤츠 수송용으로 사용된 점 등으로 볼 때 벤츠 밀수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C4ADS에 따르면, 북한이 사치품을 밀반입하는 경로는 일본이나 한국 등으로 특정되지 않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90여개 국에서 북한에 사치품을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C4ADS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718호에 따라 대북 사치품 수출이 금지됐다고는 하나 나라마다 사치품의 정의를 다르게 해석하는 점을 국제 밀수조직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치품에 대한 정의가 없는 중국은 고급시계부터 진주까지 많은 품목의 사치품을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C4ADS는 보고서에서 “대북제재 가운데서도 북한이 사치품을 반입하는 이유는 김정은의 지지 기반인 소수 엘리트층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며 “사치품 또한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들처럼 이중성을 갖는 품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