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영노조 "이념 편향 바로잡자 했는데 5명 중징계… 명백한 보복행위" 비판
  • ▲ 양승동(58) KBS사장. ⓒ뉴데일리
    ▲ 양승동(58) KBS사장. ⓒ뉴데일리
    KBS가 사내 적폐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전 보도국장을 해임하는 등 일부 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려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KBS는 지난 1일 진미위가 징계를 권고한 19명 중 17명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기자협회 정상화모임' 결성을 주도한 정지환 전 보도국장을 해임하고 3명은 정직(1~6개월), 1명은 감봉 처분했다. 나머지 12명에게는 징계가 아닌 주의 조치를 내렸다.

    앞서 진미위는 지난달 24일 10개월 간의 조사활동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기자협회 정상화모임' 결성 ▲영화 '인천상륙작전' 홍보 취재 지시 등으로 편성규약, 보도위원회 운영세칙, 취업규칙을 위반한 18명에 대한 징계를 권고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진미위는 ▲'아침마당' 등 일부 프로그램에 특정 출연자를 출연시키거나 하차시키는 등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취업규칙을 위반한 직원들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당초 진미위는 총 22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이나 ▲가수 윤도현이 일부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건 ▲여론 전환용 특집 프로그램 방영 건 등에 연루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권고하려 했으나 징계 시효를 2년으로 못박은 사내 인사규정에 따라 나머지 사건들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진미위는 ▲서울남부지법(제51민사부)이 지난해 9월 "진미위가 사내 구성원들을 상대로 징계 등의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지 못해 절차상 하자를 안고 있다"는 해석을 내리고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이 지난 5월 근로기준법상 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양승동 KBS 사장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송치하면서 활동 중단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5월 열린 진미위 활동중단가처분 항고심에서 진미위 규정 중 징계 등 인사조치 권고조항(제10조 제1항 제3호)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취소하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림에 따라, 예정대로 22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완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고용노동부가 양승동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 사건을 다시 노동부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당 사건은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서 재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성 징계' 불복… 법원 판단 받겠다"

    이처럼 진미위의 권고대로 일부 직원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지자 KBS공영노동조합(이하 공영노조·위원장 성창경)은 1일 배포한 성명을 통해 "사측이 과거 KBS 사장 시절에 '기자협회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한 성명서' 작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전임 보도국 간부들을 징계한 것은 명백한 보복행위"라고 규탄했다.

    공영노조는 "친목단체인 KBS 기자협회가 특정이념편향적 활동을 하는 것을 바로잡으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하고 서명했다는 이유로 해임과 정직 등 중징계를 내린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며 "차라리 자신들과 다른 노동조합에 소속돼 있거나, 그 노조 출신이어서, 과거 사장시절에 간부를 역임했던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밝혔다.

    공영노조는 "따라서 우리는 이 같은 보복징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미 제기한 징계절차중지가처분 소송의 신청 취지를 '징계처분효력정지가처분'으로 변경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전했다.

    "봉건시대에 어울릴 법한 징계 나와"

    KBS 소수이사들(서재석·천영식·황우섭)은 2일자 성명에서 "해고는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이번 징계는 회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자협회 내부의 일에 대해 회사가 그 협회의 특정 그룹을 징계하겠다는 것으로, '월권'"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회사는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것 등을 근거로 기자협회가 회사의 공식기구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기자협회가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특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대받은 것일 뿐, 기자협회가 회사의 위계구조·책임·권한에서 벗어나 있는 임의조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이번 징계는 지금 사장을 포함한 파업세력이 파업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공언했던 정치보복이 구체화된 것이며, 그 보복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KBS진실과미래위원회 조직의 조사에 따른 결과"라면서 "법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을 어겼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적법성 논란을 가져온 조직의 판단만으로 직원을 해고한 행위는 근대 의회와 사법권력이 분리되기 이전 황제나 왕이 멋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었던 전근대 봉건시대에나 어울릴 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KBS 소수이사들이 배포한 성명 전문.

    해고는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KBS 경영진은 기어이 과거 경영진 시절 전임 간부들에 대해 해고를 포함해 징계처분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이 조치는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결론이 날 것으로 믿습니다만, 이번 결정을 통해 지금 경영진과 그들이 표방하는 소위 진보집단의 새로운 밑바닥을 확인하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경영진의 조치는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모욕입니다. KBS 기자협회 내에서, 그것도 협회원이 협회 지도부와 협회 운영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을 회사가 처벌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권력자가 자신이 듣기 싫은 말을 듣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자협회는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성역인가요? 보직을 갖고 있는 협회원은 협회의 운영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할 수 없는 것인가요? 징계 대상자가 다른 직원에게 성명에 참여하도록 권유를 했는지, 했다면 어떻게 했는지 실체적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어떠한 생각을 공유하고, 그에게 그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까? 만약 그들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느낀다면 기자협회는 얼마든지 성명을 통해서 반박을 할 수 있고, 기자협회는 실제로 그렇게 해왔습니다. KBS는 오랫동안 사장마저도 협회와 노동조합의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회사입니다. 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생각만 옳고, 자신들과 다른 생각은 발표하면 안 되며, 이를 누군가에게 권유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는 공산주의와 군사정권에서 흔히 보는 사상 통제와 언론 말살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경영진의 조치는 자의적이며 객관성이 결여돼 있습니다. 회사는 징계처분의 근거로 ‘직장내 편가르기 효과를 발생’시켰고, ‘KBS 기자협회 정상화모임 참여 여부가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초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해석에 기초한 겁니다. 봉건시대에 끊이지 않았던 무고와 마녀사냥은 법치주의의 원칙이 확립되기 전 누군가의 의도와 해석에 근거해 현상을 마음대로 판단해 발생한 인류의 불행이었습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이런 시대착오를 다시 목도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조치는 월권입니다. 회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자협회 내부의 일에 대해 회사가 그 협회의 특정 그룹을 징계하겠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것 등을 근거로 기자협회가 회사의 공식기구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기자협회가 편집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특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초대받은 것일 뿐, 기자협회가 회사의 위계구조, 책임, 권한에서 벗어나 있는 임의조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경영진의 조치는 삼권분립 혹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서도 벗어납니다. 공조직뿐만 아니라 주식회사 등에서도 감사기구를 독립적으로 두는 것은 조직의 위계에서 독립된 조직만이 조직의 운영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징계 등의 행위에서도 합리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징계는 지금 사장을 포함한 파업세력이 파업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공언했던 정치보복이 구체화된 것이며, 그 보복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사장의 지배하에 운영된 KBS진실과미래위원회 조직의 조사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 조직도 운영규정이 법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을 어겼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적법성 논란을 가져온 불충분 조건의 조직입니다. 그 조직의 판단만으로 직원을 해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행위는 근대 의회와 사법권력이 분리되기 이전 황제나 왕이 멋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었던 전근대 봉건시대에나 어울릴 만한 것입니다.

    프랑스혁명을 전후한 근대 혁명의 역사에서 민중들이 가장 증오했던 것은 누군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나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굴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적폐였으며, 그것을 청산하기 위해 인류는 법치주의와 다원성, 관용성, 언론의 자유, 삼권분립 등의 가치와 장치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결국 경영진이 저지른 행위는 입으로만 소위 진보를 외치는 집단이 실제로는 얼마나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권력이 교체된 이후 공영방송 사장을 무리하게 해고한 데 이어, 마녀사냥과 무고의 방식으로 정치적 관점이 다른 사람에게 자의적인 해고의 칼날을 들이댔습니다. 이 행위가 5년 후 혹은 10년 후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우리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세력들이 입으로는 다원성을 외치고 똘레랑스를 중얼거립니다. 민주주의를 외치고,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숭고한 이념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정치권력을 획득하거나 그 권력에 기생해서 이익을 취하는 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과거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대로 하지 못했던 데 대한 분풀이와 보복에 심취한 듯한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KBS 직원 여러분! 이것이 정말 여러분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회사의 모습인지요? KBS 앞에 닥친 수많은 위기의 징후를 외면한 채 내부 싸움만을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는 우리 사회가 소위 진보 보수의 간극을 좁히면서 사회적 갈등을 좁혀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게 공영방송의 타고난 숙명이며, 이 회사의 존립 근거입니다.

    이 광기를 끝내야 합니다.

    2019년 7월 2일
    KBS 이사 서재석 천영식 황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