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남쪽 130km 지점서 어선이 발견… 정부, 3일 지나도록 사진도 공개 안해
  • ▲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서 어민에게 발견된 뒤 해군 함정에 예인되는 북한목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5일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서 어민에게 발견된 뒤 해군 함정에 예인되는 북한목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5일 북한의 소형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130km나 떠내려올 때까지 해군과 해양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군당국이 “소형 목선이라 탐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김준락 육군대령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소형 목선이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 이를 때까지 해군이 발견하지 못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우리 군이 지난 15일 오전 6시50분경 북한 선박 한 척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경위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해양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북한 선박이 소형 목선이어서 탐지가 일부 제한되는 점은 확인했다”고 밝혔다.

    NLL 남쪽 130km 지점 올 때까지 몰랐다  

    김 실장은 “군은 향후 문제가 확인된 부분을 보강해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며 “최근 국민들께서 군의 경계태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군은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의 해명에도 '아무리 소형 목선이라고 해도 NLL 남쪽 130km 지점까지 표류해올 동안 군은 뭐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어진 비공개 브리핑에서 합참 관계자는 “작전 관련 보안사항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며 추가 설명을 했다.

    합참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에서 떠내려온 소형 목선은 2t가량으로, 길이 10m, 폭 2.5m, 흘수선을 제외한 높이 1.3m다. 북한인 4명이 탄 이 배는 엔진 고장으로 해류를 타고 떠내려왔다. 삼척항 인근에서 지역 주민이 소형 목선을 발견해 신고할 당시 동해상의 파고는 1.5~2m 내외였다.

    군은 15일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소형 목선을 구조했고,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는 16일까지 합동으로 현장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해상경비함정은 동해 NLL 근해에서 작전 중이었고, 레이더로 북한 소형 목선을 탐지하지 못했다. 해상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도 마찬가지였다. 해안 감시용 레이더에는 미세하게 포착됐다. 그러나 해안감시부대는 이를 파도라고 판단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처럼 아주 작은 목선이 해류를 타고 표류해와 발견하지 못한 것은 2002년과 2009년 두 차례 더 있었다.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에 포착된 소형 목선의 흔적이 당시 바다에서 일던 파도 높이 1.5~2m보다 낮은 데다 표류 중이어라 속도 또한 낮아서 운용요원이 이를 배라고 보지 않고 파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안감시용 레이더는 당시 목선의 크기, 파도 높이, 속도, 레이더 전파 조사(照射) 방향 등의 영향으로 근무요원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전반적인 해양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됐지만 감시 레이더 체계 및 운용요원 부분에서 보완 요소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노후한 레이더 교체와 감시영역 재편, 근무요원 교육 등을 보완해야 할 요소라고 설명했다. 

    軍 “반잠수정은 잘 잡을 수 있다”

    “소형 목선이 저속으로 떠내려오면 못 잡는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배가 속도를 낸다면 항적 등으로 대부분 식별하고, 반잠수정은 레이더 전파에 잘 잡히는 편이라 탐지 못할 우려가 적다”며 “군은 올해 북한에서 넘어온 소형 목선은 다 식별해 조치했다”고 답했다.
  • ▲ 지난해 12월 발생한 한일 초계기 레이더 사건 당시 영상 캡쳐. 이 사건도 동해쪽으로 표류하던 북한목선을 구조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공개영상 캡쳐.
    ▲ 지난해 12월 발생한 한일 초계기 레이더 사건 당시 영상 캡쳐. 이 사건도 동해쪽으로 표류하던 북한목선을 구조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공개영상 캡쳐.
    소형 목선이라도 공중에서 감시하면 찾기가 쉽다. 해군은 P-3C와 P-3CK 등 해상초계기 18대를 운용한다. 제6항공단 예하 해상초계기 운용 비행대대 2곳이 동해안에 위치한다. 이들 해상초계기는 뭘 하고 있었을까. 합참에 따르면, 소형 목선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될 당시 해군 함정과 해상작전헬기, 해상초계기가 동해상에서 작전 중이었다.

    기자들이 “군함은 그렇다 쳐도 해상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가 소형 목선을 못 찾아낸 것은 혹시 북쪽으로 비행할 수 없기 때문인가”라고 묻자 합참 관계자는 “그것(비행금지선)과는 상관없이 해상감시는 정상적이었다”고 답했다. 합참 관계자는 “남북 군사합의 때 동해에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았다”며 “해상작전헬기 등은 NLL에서 정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합참의 설명에도 북한 소형 목선 탐지 실패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삼척 앞바다에서 북한 어선이 발견된 건 희대의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어선 타고 온 사람들 왜 공개 안 하나”

    윤 의원은 “NLL에서 삼척항 앞까지 해군·해경·육군의 눈이 3중으로 촘촘히 깔려 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눈이 모두 감겨 있었고, 북한 어선이 우리 어민들 눈에 발견됐다는 얘기”라며 “즉, 바다와 해안의 군·경 경계망이 완전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으로, 이 정도면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류 어선에는 북한 어민 4명이 타고 있었다는데, 삼척항에 예인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왜 아직까지 어선 사진 한 장 공개하지 않는지, 구조상황 브리핑을 전혀 하지 않는지, 합동신문상황에 대한 중간발표조차 하지 않는지 여러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9·19 남북 군사합의로 우리 군의 대북 경계태세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리고 정신전력에 어금니가 빠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바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표류해온 북한 어민이 귀순한다고 해서 북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하는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경계 실패 책임을 묻기가 정부 스스로도 민망해서 그런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의 지적처럼 이날 합참은 북한 어민들에 대한 합동신문 결과나 귀순 여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표류해온 북한 어민 일부가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합참은 “우리가 답변할 게 아니다. 관계기관에서 판단 중이다. 우리는 경계태세에 대해서만 밝힌다”고 말을 돌렸다.

    ‘관계기관’ 가운데 한 곳인 통일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어민들에 대한) 조사와 관계기관과의 협의 절차가 계속 진행 중이라 지금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