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고액 강연' 9개 지자체 중 6곳이 민주당 소속… "권력층에 눈도장" 비판
  • 방송인 김제동(45·사진)이 2014년부터 지금까지 지자체 강연 수입료로 총 1억5320만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실과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실, 헤럴드경제 등에 따르면 김제동은 서울·충남·경기·경북 등 일부 지역에서 총 11차례, 100분짜리 강연을 하고 평균 1393만원의 강연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결과 김제동에게 강연을 의뢰한 9개 지방자치단체(서울시 강동·동작·도봉구, 충남 논산·아산시, 경기도 김포시, 경북 예천군, 경남 양산시, 제주도) 도지사·시장·군수 중에서 나동연(자유한국당) 당시 경남 양산시장과 김학동(자유한국당) 경북 예천군수, 원희룡(무소속) 제주도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단체장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전국 순회하며 '고액 강연'…1억5320만원 벌어

    김제동에게 가장 먼저 '고액 강연료'를 지급한 지자체는 충남 논산이었다. 2012년부터 거의 해마다 '타운홀 미팅' 행사를 개최해온 황명선 논산시장은 2014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김제동을 초빙해 각각 1000만원과 162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다. 2014년 7월 17일 충남 건양대 문화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제동 초청 강연과, 2017년 9월 20일 연무읍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참여민주주의 실현 2017 타운홀 미팅 강연의 주제는 둘 다 '사람이 사람에게'였다.

    서울 강동구(당시 구청장 이해식)는 2016년 9월 강동아트센터에서 김제동 초청 강연회를 열고 120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다. 이날 강연 주제 역시 '사람이 사람에게'로, 김제동이 논산에서 했던 강연과 동일했다.

    서울 동작구(구청장 이창우)는 2017년 12월 18일 상도동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인문과 문화축제'를 개최하며 김제동에게 100분짜리 강연을 맡겼다. 이날 오후 6시부터 7시 40분까지 '잘가요 2017'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김제동은 동작구로부터 1500만원의 강연료를 받았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이동진)는 2017년 10월 구민회관에서 김씨 초청 강연회를 열고 150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다.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 주제도 '사람이 사람에게'로, 앞서 김제동이 논산과 강동구에서 했던 주제와 동일했다.

    충남 아산시(당시 시장 복기왕)는 2017년 4월 29일 '성웅 아산 이순신' 축제와 2017년 11월 16일 '아산 보육교직원 한마음대회'에 김제동을 강사로 불러 각각 1500만원과 120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다.

    경기도 김포시(당시 시장 유영록)는 2017년 11월 30일 90분짜리 강연에 1300만원의 강연료를 김제동에게 지급했고, 경북 예천군(군수 김학동)은 2018년 11월 23일 역시 90분짜리 강연에 1500만원의 강연료를 김제동에게 지급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강연료는 모두 시 예산에서 충당됐다.

    제주도(도지사 원희룡)는 2017년 12월 19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김제동이 풀어내는 지방분권 초청강연'을 열고 김제동에게 1500만원의 강연료를 도비로 지급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앞서 김제동이 서울 강동·도봉구, 충남 논산 등지에서 가졌던 강연과 동일한 '사람이 사람에게'였다.

    경남 양산시(당시 시장 나동연)는 2018년 6월 15일 양산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김제동과 행복한 만남'이라는 북 콘서트를 열고 김제동에게 15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강연료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양산지사의 후원금으로 충당됐다.

    대전 대덕구(구청장 박정현)는 지난 15일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하는 청소년 아카데미' 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고액 강연료' 논란이 빚어지자 행사를 철회했다. 당초 대덕구가 김제동에게 책정한 강연료는 1550만원이었다.

    "정치적 목적 때문에 '김제동 섭외' 가능성 있어"


    이와 관련,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선 김제동에게 지급된 강연료를 고액이라고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상품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국비나 시비는 엄연한 공금이고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돈"이라며 "시장경제 논리가 아니라 국민이 용납하는 수준에서 집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모든 예산이 특정 개인이 아닌 전체 국민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김제동이 헌법 1조 2항을 들먹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며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얘기는 공직자들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걸 의미하고, 자신들이 다루는 모든 예산을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써야 함을 가리킨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퍼블릭 마인드'를 갖고 책임 있게 예산을 아껴써야 하는 게 공직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퍼블릭 마인드'가 없으면 권력을 잡으면 안 된다"며 다른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것보다 더 높은 '윤리규범'이 공직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 의원은 "상식적으로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고액이고, 돈이 모자라 국비 등을 보조받아 쓰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이러한 고액 강연회를 개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권력층에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자체장의 사심 때문에 이러한 화이트리스트 성격의 행사가 횡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재정자립도가 10%라면 마이너스 90이라는 말인데, 돈도 없으면서 예산에 걸맞지 않은 이런 행사를 강행하는 이유가 개인적 목적 때문이 아니라고 100% 자신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중요한 것은 김제동 개인에게 지급된 돈이 국민의 혈세라는 것이고, 그 혈세를 집행한 지자체 재정상태가 심각한 마이너스라는 것"이라며 "따라서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을 넘는 과도한 예산 집행에 '정치적인 목적'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