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현재 51일째로 역대 4번째, 100일 넘긴 적도 있어…"경제책임 野에 돌리기" 해석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미디어 vop 유튜브 캡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미디어 vop 유튜브 캡쳐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계류기간이 길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역대 최장" "이런 경우는 처음" 등의 표현을 쓰며 야당의 보이콧을 비난했다. 하지만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추경은 2000년 107일, 2008년 91일의 계류기간을 거친 적도 있어 이 주장은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현재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 51일째를 맞이했다. 여야는 이날도 국회 정상화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면서 추경안 통과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이강인 선수의 자로 잰 듯한 패스와 신내린 퍼팅 같은 패스처럼, 적재적소에 정확한 규모로 타이밍을 맞춰 추경예산 투입 역할을 국회가 해야 한다”고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에 야당이 전례 없이 길게 발목을 잡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모든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초월회에서 "저도 국회생활을 오래 했는데, 이런 추경 하나 가지고 국회를 두 달 동안 파행시키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4일 "역대 추경 처리 최다 국회 계류기간인 45일을 넘어서게 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추경안 처리가 가장 오래 걸린 때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의 107일이었다. 당시 의약분업사태 지원예산 등이 적절성 논란에 빠져 1000억원이 깎인 뒤에야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여당의 국회 운영방식과 각종 비리 의혹을 내세워 장외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추경을 두고 여야가 장기간 대립했던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추경 광우병 촛불집회로 91일 제동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추경안이 현재와 같이 경기대응 목적으로 마련됐지만, 광우병 파동과 촛불집회 여파로 91일 만에 통과됐다. 고유가 대책용으로 4조6000억원 규모였다.

    또한 2001년 지역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확대 등을 위한 5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통과는 73일이 걸렸고, 2005년 세입결손 보존 및 의료·생계급여 부족분 지원용 4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46일이 걸렸다.

    올해 추경 계류기간 51일은 역대 4위다. 민주당이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내며 강경한 태도를 내보이는 것은 추경을 거부하는 야당에 경제실정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경제정책 실패 추경으로 덮나"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을 통해 "경제가 왜 마이너스로 치닫는지, 서민의 삶이 왜 팍팍해지는지 이유조차 모른 채 정부여당은 추경 타령에만 매달리는 것"이라며 "경제정책의 실패를 추경으로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청문회에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경제청문회를 통해 정책집행자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이러한 추경 논란이 된 것은 경제에 대한, 지금 현실 진단에 대한 여러 가지 정부의 주장 때문"이라며 "자살골 넣는 선수한테 추경 패스를 해줘야 되는 건지 한번 꼼꼼히 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이날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지금 민주당 본인들은 (야당 시절) 90여 일 동안 추경 안 해준 적이 있다"며 "그래놓고 우리 보고 40여 일 됐다고 그러는데, 해줄 만한 것이어야 해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많은 부분은 다 삭감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추경으로 우리(한국당) 것을 다시 집어넣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