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합의…미군 1000명·무인정찰기 부대 등 증강 계획
  • 12일(현지시간) 미국과 폴란드의 확대정상회담 모습. 양국 국방장관도 함께 했다. ⓒ美국방부 제공.
    ▲ 12일(현지시간) 미국과 폴란드의 확대정상회담 모습. 양국 국방장관도 함께 했다. ⓒ美국방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12일(이하 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의 안보동맹 강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건설 중인 폴란드의 미군기지에 미군 1000명과 무인정찰기 부대를 추가로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폴란드에는 최대 5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게 된다.

    미국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러시아에 대항하는 안보·경제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나간다는 차원에서 병력을 추가로 파병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폴란드 “영구주둔 미군기지 이름 ‘트럼프 기지’로”

    폴란드 지도부는 현재 건설 중인 영구주둔용 미군기지의 이름을 ‘포트 트럼프’로 짓자는 제안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다고 한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폴란드에 무인정찰기 MQ-9 리퍼 부대와 1000명의 미군 병력 추가 파병이 논의됐다. 또한 폴란드의 F-35 전투기 32대 구매 계획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두다 대통령 내외가 백악관 정원으로 나서자 이들의 머리 위로 F-35 전투기 2대가 비행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 파병되는 병력은 물론 현재 폴란드에 순환 배치되고 있는 미군 병력 4500여 명의 주둔 비용, 여기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은 폴란드 정부가 모두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에는 수만 명의 미군이 오랜 기간 동안 주둔 중이었다”며 폴란드에 배치할 병력을 독일에서 빼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AP통신은 “그러나 트럼프는 추가 병력이 언제 폴란드에 배치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폴란드에 미군을 추가 파병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환영 메시지를 올렸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트윗에서 “이 결정은 유럽 안보와 두 대륙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폴란드는 동유럽 국가 가운데 미국과의 안보동맹 강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해 “폴란드에 ‘포트 트럼프’라는 이름의 미군 영구주둔 기지를 설치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전에는 미군이 폴란드에 영구주둔 해준다면, 이를 위해 필요한 시설 건설비용 20억 달러(한화 2조3670억 원)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폴란드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P통신 “미국, 러시아·중국 패권 전략 맞서 동유럽 병력 증강”

    AP통신은 “러시아가 지난 몇 년 사이 군비증강에 적극적으로 나선 뒤 동유럽에 미군 병력 파병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 추구를 억지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트럼프 대통령과 두다 대통령 내외가 백악관 정원에 나오자 상공으로 F-35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하는 모습. ⓒ美AP뉴스 유튜브 채널 캡쳐.
    ▲ 트럼프 대통령과 두다 대통령 내외가 백악관 정원에 나오자 상공으로 F-35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하는 모습. ⓒ美AP뉴스 유튜브 채널 캡쳐.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2008년 조지아,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한 뒤 “우리는 러시아를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불행하게도 러시아는 또 대단히 고약하고 불쾌한 제국주의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러시아 때문에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폴란드는 러시아는 물론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도 훌륭한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폴란드가 러시아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 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신이 해온 일과 폴란드의 국력, 그리고 아마 우리가 폴란드에 해줄 수 있는 일을 통해 그것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폴란드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의 유대를 과시할 때 미국 대신 러시아를 선택한 터키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미국 대신 러시아 택한 터키, F-35 조종 훈련도 못 받아

    지난 6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터키 국방장관에게 “러시아 대공미사일 S-400 도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F-35 공동제작 프로젝트에서 제외하겠다”는 경고 서한을 보냈고, 이어 미국 국방부가 터키 조종사들에 대한 F-35 비행훈련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터키는 F-35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F-35 부품 가운데 1000여 개를 터키가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근거 없이 F-35 개발 프로젝트에서 배제되는 데 대해 미국에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신형 대공미사일 S-400과 F-35 전투기를 함께 운용할 경우 스텔스 전투기의 여러 가지 특성이 드러나게 되고, 이 정보가 러시아에 제공될 경우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터키 측에 S-400 구매 철회를 계속 요구해 왔다. 하지만 터키는 S-400 구매 계획을 강행했다. 때문에 터키는 자신들이 개발 비용 일부를 부담한 F-35 전투기를 인도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터키는 S-400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난 11일 “러시아와 터키 간 합의가 일정대로 이행 중이며 아무 문제가 없다”며 S-400의 터키 공급이 오는 7월부터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보좌관의 말을 전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12일 “S-400은 이미 구입했으며 7월에 인도받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