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서울시장, 경기지사…양정철, 친문 줄 세우기?

국가정보원장에 이어 서울시장·경기도지사와 회동을 가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향해 "이 정도면 문재인 사신 아니냐"는 야권의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몰래 뒤에서 서훈 국정원장을 만나고 들키더니 이제는 아예 보란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사신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 이재명 지사가 청와대 말을 잘 듣는지, 내년 총선에 잘 협조할 건지 살펴보라는 특명이라도 받아든 것 아닌가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의장에 이어 정보기관 수장을 만나더니 이제는 수도권 수장을 모두 훑는 양정철 원장, 온 나라를 친문 정렬시키겠다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 싱크탱크 수장이 왜 청와대 정무특보마냥 전국을 활보하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국민이 두렵지도 않으냐"고 비난했다.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3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과 '정책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뿐만 아니다. 양 원장은 전국 광역단체장들을 잇따라 만나 정책협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공무원이 정치행위를 하는 정당 소속 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민주당 선거를 총괄할 민주연구원장이 같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만나는 것을 두고 '관권선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 역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원장이 지자체 연구원까지 민주연구원의 지역조직으로 만들려는 것은 집권여당의 장기집권 플랜"이라며 "양 원장이 박 시장과 이 지사를 향해 '도와달라'고 했는데 뭘 도와달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지자체 연구기관마저 정당 공약과 선거전략 짜내는 데 동원하려는 행위"라며 "겉으론 업무협약이고 정책개발이지만 '공약 개발'로 보인다. 또 업무협약이 아니라 '총선 협약'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발끈'하고 나섰다. 여의도연구원은 "정말 정책연구를 위한 목적이라면 우리도 같이 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김세연 여연 원장은 양 원장의 행보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3일 오후 "백번 양보해 이번 협약이 정당-지자체 연구성과를 공유해 질 높은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우리도 다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자체의 장이 특정 정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지자체가 해당 정당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다"며 "정당과 광역지자체 연구원이 '정책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다는데 총선을 앞둔 시기라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진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