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과거사委, 종료… 법조계 "盧 과거사위는 인권에, 文 과거사위는 공격에 치중"
  •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가 지난 2017년 12월 발족한 이후 지난달 31일 활동을 종료했다.ⓒ정상윤 기자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가 지난 2017년 12월 발족한 이후 지난달 31일 활동을 종료했다.ⓒ정상윤 기자
    민주정부(YS 정권) 출범 이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과거사위원회’는 두 개 있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 과거사위)와 문재인 정권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그것이다. 같은 좌파 성향의 정권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인데, 평가는 극과 극이다.

    참여정부의 진실·화해 과거사위는 반인권적·공안 사건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한 반면, 문재인 정부의 과거사위는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특정세력을 집중공격하는 모양새라는 게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현 정부의 과거사위가 공정성·편향성 시비에 휘말리는 이유다.

    2017년 12월 발족한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는 지난달 31일 용산참사사건 조사·심의 결과 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과거사위 “제도 개선 등 의미 있었다” 자평

    정한중 과거사위 위원장대행은 발족(2017년 12월12일)으로부터 536일, 약 18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조사활동이나 심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법률 제정으로 이어지면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현 정권의 과거사위가 심의한 사건 목록, 과정상 문제 등을 살펴보면 ‘특정세력에 대한 공격’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반인권적 사건 등을 파헤친 참여정부 때의 진실·화해 과거사위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김학의(62·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차관사건과 장자연 리스트사건 등이 거론된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 김학의수사단)은 2013년 불거진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사건 외에 뇌물 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별건 수사라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왔다.

    고(故) 장자연 씨가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사건도 의혹만 남겼다. 핵심 목격자인 배우 윤지오 씨의 진술이 거짓말이라는 김수민 작가 의견이 나온 뒤에는 윤씨의 발언에 대한 신빙성 논란이 불거졌다.
  •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도 들여다봤다.ⓒ박성원 기자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도 들여다봤다.ⓒ박성원 기자
    ‘편향성 논란’은 과거사위 발족 당시부터 불거졌다. 과거사위 발족 당시 위원 9명 중 6명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었다. 위원장이던 김갑배(66) 변호사 역시 민변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반부패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반면 2005년 12월1일  발족한 진실·화해 과거사위 조사 대상은 반인권적·공안사건 등이었다. 근거법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2015년 5월31일 제정, 법률 7542호)에 따른 진실규명 범위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진실·화해 과거사위와 달라… 편향성·특정세력 겨냥 논란

    당시 진실·화해 과거사위는 △일제 강점기 혹은 이전의 항일독립운동 △광복 후부터 한국전쟁 전후 시기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광복 후부터 권위주의 통치까지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등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이에 진실·화해 과거사위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언론인 해직·언론 통폐합, 삼청교육 진상조사, 강화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여순사건, 보도연맹사건 등을 다뤘다.

    이재원 변호사(61·연수원 16기)는 "노 전 정권 때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을 보상해주자는 차원인 것 같고, 이번에는 적폐수사라는 명분을 내걸고 과거 정권에 대해 정치보복을 하는 차원인 것 같다"며 "노 전 정권 때의 과거사위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과장 왜곡한 점도 있지만, 피해자들을 보상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등 일정부분 필요한 점도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노 전 정권 때와 달리 이번 과거사위에 대해선 "정치적 반대세력을 궤멸시키려는 목적이 있지 않나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박주현 변호사는 "진실을 밝히려는 것의 목적이 바른 미래를 향해 가야 하는 것인데, 특정세력을 흠집내기 위해 뒷조사하는 것은 과거를 향한 것"이라며 "특정사건과 인물을 언급하면서 초점 맞추는 행위가 진실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노 전 정권 때의 진실·화해 과거사위보다) 지금 과거사위는 방향과 결론을 정해 놓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의 구조적 문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법조계는 과거사위 활동에 대한 평가에 신중하면서도 한계는 분명 있다고 인정했다.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이율(56·연수원 25기) 변호사는 "(과거사위가) 검찰의 과거 공권력 행사를 부적절하게 한 면을 들여다본 것이었는데, 그게 다시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면서 "(공을 넘겨받은) 검찰이 과연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크게 시작했는데 손에 쥔 결론이 없어,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의문만 증폭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문제를 검찰이 다룬다?…과거사위 구조적 문제 있어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때의 과거사위는 역사적으로 매듭짓지 못한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 과거사위는 검찰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과거사위에는 적극적인 조사권이 없으니 그게 근본적 한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2017년 12월12일 과거사위를 발족시켰다. 법무부 훈령인 검찰과거사위원회 규정 일부개정안에 근거를 뒀다. 과거사위의 목적은 과거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다.

    그동안 과거사위가 들여다본 사건은 다음과 같다.

    △김근태 고문 은폐(1985) △부산 형제복지원사건(1986) △박종철 고문치사(1987) △강기훈 유서 대필(1991) △삼례 나라슈퍼사건 (1999) △약촌오거리사건(2000) △KBS 정연주 배임사건(2008) △PD수첩사건(2008) △장자연 리스트(2009) △용산지역 참사사건(2009)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2010·2015)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사건(2010) △유우성 간첩 증거조작사건(2012) △김학의 전 차관사건(2013)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