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준, 증인소환 8차례 거부… 법조계 "재판부, 김백준 진술 인정할 땐 논란 클 것"
  •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시스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는 29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검찰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을지 판단해보겠다”고 했다. 8번째 증인신문 소환에 불응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재판부의 결론이다.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그의 진술에 대한 증거능력의 신빙성에 의문을 던졌다. 1심과 항소심이 ‘같은 진술’에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항소심 “김백준 검찰 진술, 증거능력 판단할 것”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증거능력을 갖고 있을까. 법조계 일각에선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진술이 전문진술(傳聞陳述)이라는 점 때문이다.

    전문진술은 증인이나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것을 진술한 것을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310조 제2항은 ‘전문진술을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9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김 전 기획관이 증인신문이 다시 불발되자 “김 전 기획관의 검찰에서 한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을지, 부여한다면 증명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판단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총 여덟 차례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김석한 에이킨검프(Akin Gump) 변호사가 김 전 기획관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말을 전하는 방식을 통해 삼성이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외국에 거주하는 김석한을 조사하지 못한 채 김백준과 이학수가 각각 김석한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 전문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핵심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입증 여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 의하면 김석한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법정진술을 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문진술이 증거가 되려면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대법원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진술에 허위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 정황이 있는 경우”라고 판시한다.

    문제는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이 김석한으로부터 전해 들은 말에 대해 서로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기획관은 “김석한이 이학수의 현금지원 의사를 전했다”고 진술한 반면, 이학수 전 부회장은 “김석한이 김 전 기획관과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현금지원 요구 의사를 전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측도 이 같은 상반된 진술을 들어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에서 “김석한을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어떤 의도로 돈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을 통해 추정하는 것 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 두 사람의 진술이 상당히 불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백준·이학수 상반된 진술… ‘신빙성’ 논란 불가피

    법조계 일각에서 재판부가 증인출석을 거부한 김 전 기획관의 전문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의 전문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법리적으로 전문진술에 대한 검찰의 입증부족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도 “이 전 대통령 측이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대해 증거동의를 철회했고 그가 법정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진술은 재전문진술(법정증언이 없는 상태의 전문진술)로도 볼 수 있다”며 “이 경우는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더 까다로운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증거채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