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갈등으로 한일회담 불투명…美中 사이서 눈치, 트럼프 방한 기간도 못 정해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다음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외교당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구체화하지 못하면서 한국외교가 국제무대에서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강제징용 배상문제 등 과거사로 인한 갈등으로 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경제와 외교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강제징용문제 같은 경우는 사법부에서 판단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그것 또한 저희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고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간의 관계가 조금 더 훈풍이 불고 개선이 되는 모습들, 당연히 그것을 위해서 저희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확하게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화웨이 제재'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로 패권다툼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G20에서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난처한 상황인데, 청와대와 외교당국은 이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미 정상회담 관련, 일정-의제 구체화 못해

    G20 정상회담을 전후해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은 공식 발표된 지 12일이 지났지만 날짜와 장소 등 구체적 일정과 의제 논의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이 정확히 언제 열릴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기간이 얼마나 될지 등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미일동맹을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이후 첫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에 이어 28일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함'에 함께 승선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 자위대 호위함에 승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7년 11월 미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전략'을 양국 공동 외교전략으로 발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일찌감치 동참을 선언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같은 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 전략에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을 미국의 중국 압박전략으로 이해한다. 다가올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화웨이 제재 동참까지 요구할 경우 한국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이 동참할 경우 지난 '사드 보복'처럼 중국의 대대적인 경제보복이 예상된다.

    "美, 北 견해 대변하는 한국이 달갑겠나"

    문 대통령이 사실상 '올인'하다시피 한 북한 비핵화 협상은 지난 2월28일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3개월 동안 교착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의 4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한 달 넘게 침묵하고 있다. 대신 북한은 지난 4일과 9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북한은 또 우리 정부가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발표하자 "생색이나 내고 여론을 기만해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중국·일본과 어색한 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까지 등을 돌리면서 우리 외교가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과 미국은 전쟁을 함께 치른 혈맹관계인데 미국 입장에서 미국이 아닌 북한 입장을 대변하려는 한국을 달갑게 생각하겠느냐"며 "이대로 가다간 G20 정상회의에서 홈그라운드 이점을 활용한 일본의 망신 주기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