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전대협' 김정식 대변인 첫 인터뷰…“보수정권 나와도 잘못된 부분 짚을 것”
  • ▲ 김정식(32) 전대협 대변인이 24일 오후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김정식(32) 전대협 대변인이 24일 오후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남조선 개돼지 인민들에게 보내는 삐-라’

    지난 23일 서울을 비롯한 인천·대전 등 전국 6개 광역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전단지가 돌아다녔다. 북한 선전물로 보일 법한 전단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속 악당 ‘타노스’를 합성한 사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의 합성사진 밑으로는 △탈원전 △공수처 △연동형 비례제 △국민연금 장악 △주한미군 철수 △고려연방제 등 여섯 항목의 글귀도 보였다. 이 여섯 항목은 악당 ‘타노스’가 세계 정복을 위해 사용했던 도구인 ‘스톤’에 비유됐다.

    전단지가 살포되자 곧 ‘전단지를 배포한 주체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모였다. 주인공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라는 단체였다. 전대협은 지난 4월1일 만우절에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여 경찰의 수사를 받는 등 전국민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보수성향 청년단체로 알려진 전대협이 전단지를 살포한 이유는 무엇일까.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김정식(32) 전대협 대변인(꿈꾸는청년연구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월 정부 비판 대자보를 붙여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후 23일 서울 등지에 문재인 정권의 정책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살포했다. 한 달이 지나 다시 활동을 재개한 이유는.

    “그동안 잠적한 건 아니다. 우리는 특정인이나 단체로부터 후원이나 협찬을 받아 활동하지 않는다. 집회 때 모금함에 모인 모금과, 이 외에는 십시일반 저희가 모은 것이다. 보통 대학생·대학원생·사회초년생이 (단체의) 주축이다. 자금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리는 부분도 있다. 어느 정도 자금이 모이면 활동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자금이 모였기 때문에 활동한 것뿐이다.”

    -지난달 정부 비판 대자보를 붙인 뒤 경찰 수사가 진행돼 논란이었다. 현재 진행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내사 중이라고 알려진 이후 영장을 발부한다든지 이런 건 아직까지 없었다. 기본적으로는 처음에 명예훼손·모욕죄, 이후에는 옥외광고물 불법부착을 두고 연락이 왔다. ‘경범죄로라도 너네를 걸겠다’고 경찰이 말한 상황이다. 경찰이 전화통화 중 ‘옥외광고물게시 위반’을 말하면서 출석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결국 전대협 지지연대 회원 집에 무단으로 주거침입까지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4월 중순쯤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 ▲ 전대협이 지난 23일 서울 등에 살포한 전단지 앞면.ⓒ전대협
    ▲ 전대협이 지난 23일 서울 등에 살포한 전단지 앞면.ⓒ전대협
    -어제 살포한 전단지를 두고 경찰이 수사하겠다고 했다. 4월 연락받은 사안과 겹쳐 수사받을 수도 있을 듯한데, 어떤 대응책이 있나.

    “크게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번에 살포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단체의) 온라인 페이스북 페이지가 갑자기 비공개 전환 처리되고, 특별한 언론 창구가 없다 보니 전단지를 살포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만의 반론을 해야 한다는 목적성을 가지고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단만 변경됐을 뿐이다.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부분, 이런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번 전단지 표현 방식이 독특하던데.

    “서울에만  3만 장, 각 지역에 1만 장 정도 뿌렸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다. 10만 장으로 통합되다 보니 많아 보일 뿐이다. 이번주 수요일(22일)에 인쇄가 완료됐다.”

    -이번에 살포한 전단지를 보니 문 대통령을 악당 '타노스'에 빗댔다. 6가지 주요 정책과 입법안 등도 함께 비판했는데, 이들 6가지를 꼽은 이유는? 

    “‘경제파탄’ 이렇게 뭉뚱그려 말할 수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말하고 싶었다. 검색해서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들 위주로 했다. 그런 부분이 공수처, 패스트트랙, 연동형 비례제, 국민연금 등이어서 꼽았다.” 

    -패스트트랙 지정된 것 중 왜 하필 공수처를?

    “제일 상징적인 것이라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문제는 사실 두 집단의 밥그릇싸움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공수처는 아예 새로운 법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봤다. 특히 공수처가 삼권분립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법부 행태를 보면 이미 삼권분립 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예를 든다면?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성창호 판사가) 유죄라고 말하고 나서 그분이 기소됐다. 오히려 활동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 부분이 앞으로 많아질 것 같다. 인민재판식으로 가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법질서화를 통해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걸 막자는 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들이 찬성할 법하다는 말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 역시 정치인들의 밥그릇싸움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주권 투표권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저해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 젊은 시각에서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느 나라나 이념대립은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사회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사회를 계급화하고 갈등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집단과 대립하고 있다. 사회를 계급으로만 나누려고 하고 갈등이 팽배해져야 본인들이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집단과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 갈등 조장하고 분열시키는 집단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봉합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런 단체도 같이 연계해서 함께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들이 기득권이기 때문에 그걸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엔 2030 이야기로 화제를 바꿔보자. 청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취업이다.” 
  • ▲ 김정식 전대협 대변인은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 김정식 전대협 대변인은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정권이 나오더라도 잘못된 점은 지적할 것"이라고 했다.ⓒ박성원 기자
    -범위를 넓혀 앞서 언급한 6가지 문제, 그리고 방금 말한 젊은층이 느끼는 어려움 등 전반적인 사회개혁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것’ 하나를 꼽는다면?

    “직관적으로는 ‘문재앙’이다. 이유를 말하자면 (현 정권이) 모든 정책적 문제에서 실패하고 있으니까 그렇다. 그리고 사실 청년실업률이 IMF 이후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통계조차도 조작됐다. 빈 강의실 불 끄기 알바라든지, 산불 진화 알바 등 이런 이상한 알바들이 채용에서 빠지게 되면 그게 다 실업자가 되는 거 아닌가.” 

    -반대 입장에서 질문하겠다. 한편에서는 문 대통령을 ‘타노스’에 빗댄 것을 두고 한국당과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향 있는, 혹은 한국당과 행보를 같이하는 단체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의견을 낸다면.

    “지난해 <어벤져스-인피니티워>에서 타노스 악당이 나왔을 때부터 ‘이거는 문재인이다’라고 해서 유행어가 됐다. 우리가 해온 방식을 보고 ‘일베’라느니 ‘극우집단에서 한 것’이라고 몰아가는 것 역시 프레임이다. 좌편향됐다고 하는 커뮤니티에서조차 굉장히 많이 썼다고 한다. 그들은 타노스를 악당이 아니라 선한 의지를 가진 ‘절대권력자’로 봤지만... (전대협에는) 민주당이나 정의당 당원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현 정부가 프레임을 씌우거나 공격할 게 아니라 자성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전대협에 대해 ‘과격하다’는 견해도 있고 ‘속 시원하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제 (민노총) 본인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경찰 치아를 부러지게 했다고 한다. 다른 집회에서 경찰 뺨을 때리고 폭언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식의 자기주장은, 그 주장이 아무리 절대적으로 옳다고 해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난 집회에서는 대진연이라는 단체가 의원실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이런 식의 방식이 전혀 아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보기에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방식이) 극단적인 피해자가 생기는 등 그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표현 방식을 두고 ‘과격하다’ ‘세다’고 하는 말도 물론 있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말하고 댓글을 단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로 묘사한 것에 대해, 그들은 ‘이건 너무 나갔다’고 자기 진영 쪽 사람들에게 말했는지 묻고 싶다.” 

    -전대협이라는 이름이 과거 운동권의 ‘전대협’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이 시대의 전대협이라는 단체를 설명한다면. 지향점이라든가 태동 시기, 단체 규모 등을 자세히 말해달라.

    “점조직화돼 있는 전국단위 조직이라는 것까지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자기 생활반경 안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네트워킹이 됐다. 그러면서 이 정도 규모의 일을 하게 된 조직이 됐다. 특정 정치세력이 아니라 올바른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앞으로의 활동계획, 전대협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그린다면.

    “당장은 내일(25일) 오후 8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있다. 우리는 수단적 측면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향후 보수정권이 나오더라도 잘못된 부분은 잘못됐다고 짚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한 평화통일을 이룰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통일 이후에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돼, 모든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이념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탈피하고 지향점이 모두 같은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