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에 이어 측근 '서유기' 또 폭로… 김경수 측 "진술 팩트 아니다" 반박
  • ▲ 23일 오후 열린 김경수 지사의 5차 공판에서는 킹크랩 시연회, 기사 댓글 작업 등이 주요쟁점으로 다뤄졌다.ⓒ이종현 기자
    ▲ 23일 오후 열린 김경수 지사의 5차 공판에서는 킹크랩 시연회, 기사 댓글 작업 등이 주요쟁점으로 다뤄졌다.ⓒ이종현 기자
    불법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드루킹 김동원(49)씨가 김경수(51) 경남지사가 '주범'이라고 밝힌 데 이어 드루킹 최측근이 김 지사가 사실상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다. 김 지사 측은 "증인의 발언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드루킹이 만든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인 박모(33)씨는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제2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제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지사가 11개의 기사 링크(URL)를 텔레그램으로 드루킹에게 전달했고, 드루킹이 이를 다시 단체 텔레그램 채팅창에 전하며 'AAA다, 먼저 처리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킹크랩하는 사람들이 (채팅창에) 한 명씩 있는데, 11개 기사 모두를 (킹크랩 작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 킹크랩으로 작업한 것은 있다"고 덧붙였다.

    드루킹 최측근 "김경수, 기사 11개 링크 보내줘 킹크랩 작업"

    박씨는 드루킹 김씨의 최측근으로,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에 관여한 '서유기'로 불리는 인물이다. 'AAA'는 경공모 회원들 사이에서 김 지사의 지시를 나타내는 표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 사건의 '몸통'이라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드루킹 김동원 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항소심 공판에서 "우리를 드루킹 일당이 아닌 김경수 일당으로 불러달라"며 자신은 공범이고 김 지사가 주범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박씨는 이날 김 지사가 보낸 11개 기사 링크 중 킹크랩으로 작업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비롯해 △킹크랩 활동 당시 회원들의 아이디 3500여 개를 활용한 사실 △김 지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온라인 정보보고’·경인선 조직도 존재 등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킹크랩 댓글 작업에 사용된 아이디 3500여 개에 대해 "선플 활동을 하는데 사용한다"고 회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실제로는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작업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선플운동 이후 킹크랩에 이용하기 위해 아이디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가'라는 재판부 질문에 "회원들에게는 (킹크랩) 기계에 사용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선플 활동을 하는데 필요하다고만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이어 "3500개 정도의 아이디 모두가 킹크랩에 사용됐는지는 구별이 안 된다"며 "(단순히 추천을 누르는) 선플활동을 한 것일 수도 있고 킹크랩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 ▲ 현재 구속 수감 중인 드루킹 김동원씨.ⓒ뉴데일리 DB
    ▲ 현재 구속 수감 중인 드루킹 김동원씨.ⓒ뉴데일리 DB
    김 지사의 보좌진인 한모씨도 킹크랩 존재를 알았다고도 증언했다. 박씨는 "2017년 1월 드루킹이 국회에서 한씨를 만났고, (그해) 2월 한씨가 '산채(경공모 파주 사무실)'에 왔을 때 (내가) 직접 킹크랩 시연을 했다"고 증언했다.

    선플운동한다고 거짓말로 아이디 모아 킹크랩에 이용

    박씨는 당시 킹크랩 시연을 상세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한씨가 산채를 방문했을 때 네이버 기사화면에서 킹크랩을 이용해 특정 언론사 기사를 조작하는 것을 보여줬다"며 "컴퓨터 두 대를 놓고 한쪽에서 킹크랩으로 댓글 작업을 하면, 다른 컴퓨터 화면에선 해당 기사의 댓글 공감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방식이었다"고 했다.

    이어 "2017년 5월엔 드루킹이 지시로 네이버에 있는 특정 언론사 기사의 댓글 순위를 작업하기도 했다"며 "온라인 첫 화면에 뜨는 메인·주요 기사를 중심으로 댓글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16년 11월 온라인 정보보고 파일을 드루킹에게 전하고, 드루킹이 이를 김 지사에게 브리핑한 점 △2016년 10월께부터 댓글 작업을 시작했다는 특검 조사 진술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기사 링크를 보낸 사실 등도 모두 인정했다.

    김 지사 측은 박씨의 증언에 대해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박씨는) 자신이 하는 이야기 모두가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그는 수사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했고 1심에서도 (이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변호인도 “증언을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팩트에 관한 증언이 아니라 ‘이렇게 알고 있다’, ‘같다’ 표현을 쓴다”며 “킹크랩은 김 지사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히려 경공모 자신들의 목적과 일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 보좌진도 킹크랩 시연 받아…변호인 "증언 신빙성 의심"

    김 지사와 경공모 회원들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주요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총 8900만여 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신호를 보내 댓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지사는 지난 1월 30일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됐으나, 4월 보석 석방됐다.

    드루킹 측은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회에서 '산채'를 방문한 김 지사로부터 킹크랩 개발 등을 허락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김 지사의 다음 공판기일을 6월 27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