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아” 출마 시사…"대권 후보 쪽으로 발언" 박지원도 지적
  •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상윤 기자.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상윤 기자.
    “정치를 하는 쪽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쪽으로 발언이 진전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계복귀설’에 대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20일 논평이다. 유 이사장은 정계복귀와 관련, 지난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전과는 확연히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이날 대담에서 대놓고 정계복귀를 요청하자 유 이사장은 “원래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아요”라고 답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유 이사장의 공식 코멘트는 “직업으로서 정치를 안 한다”는 것이었다.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유 이사장은) 최근에도 ‘대통령 안 나온다고 했는데 나오면 어쩌나’ 하는 말에 ‘그러면 욕하라’고 말하더니, 양 원장에게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는다’고 말했다”며 유 이사장의 달라진 태도를 조준했다.  

    이어 “지난달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대담할 때 내가 ‘앞으로 대통령이 돼도 나와 단독면담을 하자’고 하니 (유 이사장이)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며 “농담을 가장해서 (정계복귀 쪽으로) 상당히 진전되고 있구나 했다”고 토로했다.

    김어준·양정철이 띄우고 강조한 ‘유시민 정계복귀’

    18일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 관련 이야기는 기자들의 질문으로 시작된 게 아니었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어준이 “유 이사장은 언제 대권에 나오나”라고 운을 띄웠다. 이에 양 원장이 “유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 보건복지부장관을 했다. 소년급제(당시 47세)를 한 것이다. 벼슬을 했으면 거기에 걸맞은 헌신을 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양 원장은 차기 총선에서 인재영입 실무총괄을 맡을 것으로 알려져 그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유 이사장은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화답(?)했다. 그동안 정계복귀설이 제기될 때마다 “공직선거 출마는 없을 것”(지난해 10월15일), “대통령 안 하고 싶다”(1월7일) “직업으로서 정치는 안 할 것”(4월23일) 등 적극적으로 일축하던 것과 미묘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김어준마저 “남이 (머리를) 깎아달라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치권에서는 유 이사장이 사실상 대권 행보를 걷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자신을 둘러싼 정계복귀설에 끊임없이 불을 지피며 몸값을 키운 후 ‘못 이기는 척’ 대선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 이사장이 총선이 아닌 대선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자신의 거취에 확답을 내리는 게 ‘시기상조’라고 판단하했을 수 있다. 

    여권 ‘유시민 삼고초려’ 본격화하나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 10주기를 기점으로 여권이 본격적으로 ‘유시민 삼고초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친문 핵심인 양 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촉구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친문계가 이미 대선주자로 유 이사장을 점찍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러 명(대권주자)이 최근 구설에 휘말리다 보니 유 이사장의 존재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유 이사장은 당내에서도 친노‧친문 정통으로 분류된다. 그런 분이 돌아오면 당 입장에서 당연히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다름없을 거다.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양 원장이) 아무런 생각 없이 공개석상에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게다가 현재 여권에서는 직권남용,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비문(非文)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무죄판결 직후 “큰길을 가겠다”고 언급한 것이 그 방증이다. 

    때문에 친문에서는 이 지사의 대항마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다른 잠룡인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당장 ‘총선’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총선에서 낙마할 경우 여권에서는 대권주자를 잃는 셈과 다름없다. 유력한 대권 후보였던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미 ‘드루킹 댓글조작’ 공범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치명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