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로 이낙연과 함께 여권 내 '투톱'으로 부상…친문계 반감 극복 과제
  •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등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정상윤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등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정상윤 기자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여권 내 차기 대선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이번 선고를 계기로 이 지시가 '비문(非文·비문재인)계' 유력한 대선 주자로 체급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권의 다른 대선 잠룡들이 정치적 위기에 놓인 가운데 비문계인 이 지사가 벼랑 끝에서 구사일생함에 따라 당내 견제 심리도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이 지사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고소·고발과 검찰 수사, 재판으로 정치적 입지가 꽁꽁 묶였던 이재명 지사는 지난 16일 첫 소감으로 "우리 동지들, 지지자 여러분, 앞으로도 서로 함께 손잡고 큰길로 계속 함께 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큰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권 가도로 가는 '그 길'을 말하는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지난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정치적 몸집을 키워오다 치명타를 입었는데 이제야 다시 길이 열렸다는 해석이다.

    이 지사는 무죄 판결 뒤 첫 출근길인 17일에도 '큰 길'에 대해 "국민이 한겨울에 촛불을 들고 정권을 교체하면서 만들고자 했던 나라, 공정한 나라, 모두에게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고 각자의 몫이 보장되는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말이었다"고 해 대권에 뜻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1심 선고로 한층 부담을 덜게 된 이 지사는 이날 저녁 광주로 이동,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하고 오는 23일에는 경남 봉하에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기일에도 참석하는 등 정치적 보폭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 당내 친문재인계와의 갈등, 여기에 잇따른 수사와 재판으로 타격을 받은 정치적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우선 과제로 꼽힌다.

    정두언 전 의원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지사가) 궁극적으로는 여권의 다음 대선 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 내 친문세력의 힘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것을 이겨내기가 힘들다. 이번 말고 차차기를 노려보는 게 나을 것"라고 그 한계성을 지적했다.

    실제 이 지사가 최종심까지 살아남는다면 여권 내 대권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이 지사가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여권 잠룡 구도에서 '투 톱'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대선 출마에 대해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총선 전 총리직 사퇴 후 국회로 돌아오면 입장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그동안 수차례 대권 도전 가능성을 부인해왔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유 이사장은 18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거듭된 정계복귀 요청에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 답해 여운을 남겼다. 

    지난달 22~26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7.2%의 지지율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22.2%), 이낙연 국무총리(19.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11.0%)에 이은 4위에 올라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응답률 6.0%·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밖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대구가 지역구로 '지역주의 극복'이 강점인 김부겸 의원, 친문 실세로 통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도 대권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