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발표가 관행, 인질 협상도 UAE가 주도했는데…靑 안보실장이 나서서 브리핑
  •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리비아 피랍자 구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리비아 피랍자 구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된 60대 한국인 남성이 피랍 315일 만에 무사히 석방됐다고 17일 청와대가 밝혔다. 실질적인 인질협상은 우리 정부가 아닌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주도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7월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회사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 명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 주모(62) 씨가 피랍 315일 만에 우리 시간으로 어제 오후 무사히 석방되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는 피랍사건 발생 직후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범정부 합동 TF’를 구성했다"며 "리비아 정부는 물론,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우방국 정부와 공조해 인질 억류지역 위치 및 신변안전을 확인하면서 석방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씨의 석방에는 UAE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를 납치한 세력은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는 범죄집단으로 확인됐다. 정 실장은 "지난 2월 말 서울에서 열린 한·UAE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씨 석방 지원을 약속한 것을 계기로 UAE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안전하게 귀환하는 성과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납치경위와 억류상황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靑 고위 관계자 "현금 지급은 안 했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신병확보 관련은 보안문제로 상세히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조금 전 UAE 정부의 발표도 있었지만, UAE 외교부가 리비아 군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석방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 내용을 다 설명할 수 없는데, UAE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현금 지급은 안 했다고 한다"며 "UAE가 가진 그 지역에서의 영향력, 부족간 협력관계 등을 동원해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씨는 우리 정부에서 신병을 인수해 현지 공관의 보호하에 UAE 아부다비에 안전하게 머무르고 있으며,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주씨는 현지 병원에서 1차 검진 결과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귀국 후 추가로 정밀검진을 받는다. 주씨와 함께 피랍된 필리핀인 3명도 함께 풀려났다. 

    이번 피랍사건을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가 직접 발표한 배경에 대해 정 실장은 "지난해 7월6일 주씨가 납치된 순간부터 대통령께서 큰 관심을 가지면서 조기석방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납치 직후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보내 7월14일 현지에 도착했고, 8월 중순 함정을 교체하면서까지 4개월 가까이 우리 함정을 보낸 정도로 피랍국민을 안전하게 석방하는 데 총력을 견지해 왔다"며 "한 분의 생명을 구한 것이지만 우리 정부 외교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구출작전' 프랑스 정부와 비교돼

    이 같은 청와대의 자화자찬과 달리, 석방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보여준 대응태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국민을 구출하는 데 우리 정부가 아닌 UAE 정부가 인질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아프리카 서부지역에서 28일간 무장세력에 납치된 자국민 2명을 구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보낸 프랑스와 달리 자체적인 군사작전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리비아는 내전이 진행되고 있어서 정세가 특히 불안하고, 또 최근에는 거의 무정부상태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특히 주씨가 피랍된 지역이 리비아 남부지역이어서 구출작전이나 심지어 석방을 위한 협상 등 여러 가능한 방법을 다 검토하고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