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450km 한반도 공격용… 스커드보다 고도 낮고 파괴력 커"… 靑 아직도 "분석중"
  • ▲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인근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인근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한미군이 ‘불상의 북한 발사체’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잠정적으로 결론 내리고 ‘KN-23’이라는 코드네임을 붙였다고 <동아일보>가 17일 보도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여기에 핵탄두를 장착해 향후 한반도 적화통일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군은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와,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의 비행궤도, 속도, 사거리 등을 정밀분석한 결과 세 발 모두 같은 종류의 신형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군은 이 탄도미사일이 ‘스커드’ 같은 일반적인 SRBM보다 비행고도는 낮지만 속도나 파괴력은 더욱 우수해 추진체와 유도장치를 개량한 신형 미사일이라고 판단했다.

    주한미군 “北 발사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결론

    신문은 “스커드B와 C 등 기존의 SRBM보다 비행고도가 20km 이상 낮고, 하강궤도가 포물선이 아닌 불규칙적인 궤적을 보였지만, 마하 6의 비행속도와 추정 파괴력 등으로 볼 때 탄도미사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KN-23’이라는 코드네임을 붙였다”는 주한미군 소식통의 이야기도 전했다.

    북한 신형 SRBM이 보여준 사거리는 270~420km다. 한미 양국이 추정한 최대 사거리는 500km다. 주한미군은 "이 미사일이 탑재 가능한 탄두 중량은 최대 500kg로 추정된다"며 "소형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핵탄두를 장착할 정도면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도 탑재할 수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만약 미 본토를 공격할 수단을 마련하게 되면, 이번에 쏜 신형 SRBM은 한국에 대단히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은은 2016년 3월과 2017년 9월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시찰하며 핵탄두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는 사이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핵무기는 기본적으로 전쟁 억지력에 초점을 맞춘 무기이므로 북한이 지금 당장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 한국을 겨냥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다면 이 신형 SRBM은 한반도를 적화통일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2017년 9월 핵무기 연구소를 찾은 김정은이 '화성-14형' 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9월 핵무기 연구소를 찾은 김정은이 '화성-14형' 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에 적화통일을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은 미국이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면, 이를 이용해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개입을 억제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미국의 개입을 막은 뒤에는 한국군이 요격하기 어려운 신형 SRBM으로 공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 핵공격도 가능하다.

    이춘근 박사 “북한 신형 SRBM, 한반도 적화수단 될 것”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 미들베리대학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박사가 지난 9일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280마일(450km)로 추산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정도 사거리라면 광주와 부산 등 한반도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서울과 인천, 경기 용인·이천, 춘천 등 몇 군데만 신형 탄도미사일로 핵공격을 가하면 한국군은 마비상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동아일보>는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에 대한 주한미군의 평가 결과가 인도·태평양사령부를 거쳐 미 국방부에 공식 보고됐으며, 한국군과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정부 소식통의 이야기도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한미 당국은 해당 발사체를 정밀분석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 내용을 봤는데 주한미군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긴밀히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는 게 한미 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자주국방네트워크·KODEF 전문가들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했다고 봐야"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국내외 전문가와 안보기관 안팎에서는 북한이 2013년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1950년대 '핵무기 만능 시대' 당시 미 육군이 만들어 쓴 초소형 전술핵무기 '데이비 크로켓'. 무반동총으로 발사한다. 폭발력은 TNT 10톤부터 1킬로톤까지 조절이 가능했다. ⓒ미 육군 공개사진.
    ▲ 1950년대 '핵무기 만능 시대' 당시 미 육군이 만들어 쓴 초소형 전술핵무기 '데이비 크로켓'. 무반동총으로 발사한다. 폭발력은 TNT 10톤부터 1킬로톤까지 조절이 가능했다. ⓒ미 육군 공개사진.
    신 대표는 “핵탄두에는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가 있는데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SRBM은 전술용”이라면서 “단거리를 겨냥한 전술핵무기는 폭발력이 100kt(1kt=TNT 1000t 폭발력) 이하인 핵분열 폭탄(원자폭탄)을 장착하는데, 북한이라면 이런 형태의 소형 핵탄두는 이미 제작에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도 “신형 SRBM의 탄두 탑재량을 500kg로 볼 때 북한이라면 그 정도 크기의 핵탄두는 만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은 자금문제 때문에 비대칭전력, 즉 핵무기 개발에 집중해 왔다”면서 “수십 년을 핵개발에 매진해온 북한이라면 500kg 이하의 핵탄두 제조는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사무국장은 “다만 북한의 신형 SRBM이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대단히 흡사한데 탄두부에 들어가는 정밀유도장치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핵탄두 장착 여부를 파악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대량살상무기(WMD)대응센터장 역시 “북한이라면 신형 SRBM에 장착할 핵탄두를 만들어 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양 센터장도 북한 SRBM은 ‘전술용 핵무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집중하는 북한 핵무기 소형화는 수소폭탄에 대한 것인 반면 전술핵무기는 폭발력을 낮추기 위해 원자폭탄을 주로 장착하므로,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이라면 여기에 장착할 정도의 핵탄두는 제조·보유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양 센터장은 “북한이 원자폭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500kg 정도의 핵탄두 개발은 이제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