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민노총 시위서 폭행… "비폭력 이유로 군대 거부, 양심 신뢰 못해"
  • ▲ 법원이 경찰을 폭행한 전력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지난 16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박성원 기자
    ▲ 법원이 경찰을 폭행한 전력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지난 16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박성원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전력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모(30) 씨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오씨는 "폭력을 재생산하는 군대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부(최규현 부장판사)는 16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진실해야 한다"며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우에 따라 물리력 행사 정당화…양심적 아냐"

    그러면서 "(오씨가)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에 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비폭력'을 빌미로 군대를 거부한 오씨의 과거 폭력행위를 지적하며 오씨의 '양심'은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든 폭력을 반대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무력행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검찰 측에 "정당한 저항권 발동으로, 허용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판부는 오씨의 폭행 전과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시민단체 회원인 오씨는 2015년 민주노총 집회에서 경찰관을 가방으로 폭행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오씨는 경남 밀양 송전탑 건립 반대, 쌍용차 해고자 복직운동 등에 참여했다. 오씨는 재판 과정에서 "밀양 송전탑 시위나 세월호 시위에서 경찰이 시민을 억압하는 것을 보면서 입영 거부를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지난해 6월에는 한 언론매체에 '병역 거부 소견서'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군 입대가) 자국민을 총칼로 살육하고도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이 없는 군대의 병사가 되는 것, 무기 사용을 연습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것, 언제든 명령이 떨어지면 시민들의 의사표현을 억압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 등으로 표현했다.

    "5·18 시민군 무력행사는 정당하다"고 주장

    그러면서 "국방의 의무가 곧 병역은 아니므로, 헌법이 요구하는 국방의 의무는 비군사적 업무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병역을 거부하는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복무제를 강력 요구한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오씨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양심을 가졌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오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의 판결이 맞다고 봤다. 오씨 측은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오씨는 항소심 선고 직후 "양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검사는 물론 판사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