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총장, "기본권 보호에도 빈틈"… 직접수사 축소 등 개혁안 제시
  • ▲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박성원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박성원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법무부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문무일(58·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이 검찰의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형사 사법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적 원칙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 조직과 기능 재편을 통해 검찰을 개혁하겠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수사권 조정안 논의에 검찰이 적지 않은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총장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단인 한편, 국민의 기본권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수사를 담당하는 어떤 기관에도 통제받지 않는 권한이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의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검찰 비판, '개혁 카드'로 맞대응

    문 총장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도록 검찰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 대폭 축소 △수사착수 기능의 분권화 △검찰이 종결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 제도 전면 확대 △형사부·공판부 중심의 검찰 운영 등을 제시했다.

    그는 수사착수 기능의 분권화에 대해 “마약수사, 식품의약수사 등에 대한 분권화를 추진 중에 있다”며 “검찰 권능 중 독점적인 것, 전권적인 것이 있는지 찾아서 내려놓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재정신청 제도를 전면 확대해, 검찰의 수사종결에도 실효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재정신청 제도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처분이 정당한지를 가려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형사부·공판부 중심의 검찰 운영에 대해서는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형사부, 공판부로 검찰의 무게 중심을 이동하겠다”면서 “국민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검찰은 국민의 뜻에 따라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문 총장은 지난 7일 출근길에서 밝힌 ‘국민 기본권 보호’를 이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호소드리려는 것”이라고 문 총장은 설명했다.

    문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법무부와 일각에서 나오는 검찰 비판을 정면에서 맞서는 내용이다. 앞서 박상기(66)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전국 검사장들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안 법안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박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전국 검사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검찰 일선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동요하지 말고 업무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법안과 관련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 강화 △경찰의 1차 수사 종결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검토 등 세 가지 보완책도 알렸다.

    문무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 정면 비판…여당, 문 총장 비판 자료 게재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문 총장은 곧바로 박 장관의 이메일 내용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4일 출근길에서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정도까지 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 총장의 간담회 내용이 알려지자 여당과 일부 검사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도입되면 문무일 총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총장이 ‘제 식구 감싸기’ 관련자에 대한 처벌과 징계 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이날 오전 문 총장의 반발을 비판하는 주간 이슈브리핑을 게재했다. 현재 민주연구원 원장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양정철(54)이다.

    김영재 민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검·경수사권조정안 신속처리안건 지정 관련 검토’라는 제목의 주간 이슈브리핑에서 “이번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은 법무부장관과 행안부장관의 합의, 합의과정에서의 검·경의 의견제출, 국회 사개특위의 오랜 논의 과정, 여야 4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거쳐 정해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는 비대한 검찰권을 분산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고심이 담긴 결과물”이라며 “그럼에도 행정부의 일원이자 개혁의 대상인 검찰에서 이 같은 숙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표문을 낸 것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침해로 해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