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는데" 개탄… 정부 여당, 추경처리 내세워 연일 '압박'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정부여당이 연일 '국회 복귀'를 촉구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에도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사실상 한국당을 향한 압박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통 크게 나서달라"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대한 재논의 없이는 안된다"고 강하게 버텼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고 국민이 고통에 빠졌는데, 여야 4당은 의원 수만 늘리려고 한다"며 "여야 4당이 국민을 위한다면 즉각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폐기하고 의원 수 감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오신환 신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접견 자리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와 원천무효·철회다. 무효를 전제로 한 다음에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정 및 공수처 설치 패스트트랙 철회 없이는 물러설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文, 세 번째 '국회 정상화' 언급...한국당 "1 대 1 만남 해야"

    문 대통령의 '국회 정상화' 언급은 벌써 세 번째다. 16일 문 대통령은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며 국회에 신속한 추경안 처리를 요구했다. 사실상 한국당을 향한 메시지다. 13일에는 "막말과 험한 말로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14일 국무회의에서는 "극단적 대립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소통의 정치로 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연일 '5당 대표 회동'도 강조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피해 등을 심의할 추경이 발목 잡혀 있다"고 우려했다. 이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올 때가 됐다"고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제1야당을 빼놓고 선거제와 공수처 설치 패스트트랙을 강행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제1야당을 찾느냐"는 반응이다. 황 대표는 "1 대 1 대화로, 진지한 논의가 아닌 보여주기식 회담은 의미가 없다"며 1 대 1 만남을 강조했다. 사실상 5당 대표 회동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 ▲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이 지난 26일 오전 파손된 국회 의안과 문을 지키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이 지난 26일 오전 파손된 국회 의안과 문을 지키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패스트트랙 '한국당 패싱'할 땐 언제고"

    나 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나서서 5당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구상하는 점을 두고 "청와대는 범여권 협의체를 언급하려면 차라리 뒤로 빠져 있어라"라고 비판했다. 정미경 한국당 최고위원도 16일 오전 bbs와 라디오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 때문에 한국당이 장외로 나간 거지 않나. 지금 4 대 1이다. 4개 정당이 합쳐서 한국당을 왕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왜 야당한테 맨날 양보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수를 정하는 것도 민생 아닌가. 그럼 선거제도가 민생이다. 이 선거제도를 여야 합의 없이 한 적이 없는데 지금 한국당을 완전히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황 대표가 당대표이지만 '원외'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직 의원이 아닌 만큼 원내는 원내끼리의 전략, 원외는 원외 전략 '투트랙'으로 간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국민 속으로 민생대장정'은 오는 25일까지 예정돼 있다. 황 대표는 해당 일정을 모두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국회의원 모두가 장외로 나가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사실상 국회는 국회대로 돌아가고, 황교안 대표는 원외에서 민생을 돌아보는 것"이라며 "근데 이게 청와대나 여당 입장에서는 아주 불편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5일까지 예정된 민생대장정도 곧 마무리에 들어가긴 하겠지만, 장외투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여야 5당 회동은 당장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일단 한국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패스트트랙 강행'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이 논의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