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분석… 골드만삭스-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연말까지 타결 어렵다" 전망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보복 관세를 서로 주고 받으며 타결을 향해 가는 듯 보였던 무역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13일(현지 시간) 3000억 달러(약 355조 원) 상당의 중국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 9~10일 워싱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이 합의 없이 끝나자 미국은 곧바로 2000억 달러(약 237조 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13일 "600억 달러(약 71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품목에 따라 최대 25%의 관세를 6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국이 추가로 관세 부과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맞대응의 수위는 조절하면서 무역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높인 것이다.

    중국의 반격과 주가 폭락

    미국의 이와 같은 관세 위협에 대해 중국은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외부의 압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국익을 지킬 의지와 더불어 역량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중국 경제를 작은 연못이 아닌 바다에 비유한 시진핑 주석의 말을 들어 "비록 폭풍우가 여러 번 몰아쳐도 바다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표현, 중국 경제 상황이 미국의 수차례에 걸친 관세 부과에도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보복 관세 외에도 중국이 미국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 들을 나름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미 CBS는 "중국 당국은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거나 각종 조사를 실시하는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게 보복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을 더욱 줄여 미국 농업에 타격을 가하는 방법 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보복 관세로 서로 치고 받는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증시는 충격에 빠졌다. 13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617 포인트(2.38%) 떨어진 25,325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69.53포인트(2.41%) 떨어져 2,812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70포인트(3.41%) 떨어져 7,647에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지난 1월 3일 이후로, 나스닥은 지난해 12월 4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AP통신은 "유럽 증시도 대부분 1% 이상 하락으로 마감했다"고 전했다. 또 "아시아의 경우 상하이 종합지수는 1.2%, 일본 니케이 225지수는 0.7%, 그리고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1.4% 하락하면서 거래를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이후에는 반등세를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207.06포인트(0.82%) 상승한 25,532.05에 거래됐다. S&P500 지수는 22.54포인트(0.80%) 뛴 2834.41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87.47포인트(1.14%) 오른 7734.49에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역시 회복세를 보였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15일 전거래일대비 0.58% 오른21,188.56에 거래를 마감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1.91% 오른 2938.68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0.53% 오른 2092.78에 거래를 마쳤다.
  • ▲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뉴시스
    ▲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뉴시스
    골드만 삭스, “연말까지는 무역 전쟁 지속될 것”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결국에는 타결이 될 것이며 그 시점은 올 연말 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6월 말 오사카 G20 회담 때 시진핑과 만날 예정이다. 관측통들은 이 만남에서 무역분쟁이 타결될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보다 타결 시점이 한참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는 래리 커들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12일(현지 시간) '폭스 뉴스 선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오는 6월 오사카 G20 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무역 전쟁이 마무리 될 수 있는 시한을 특별히 설정해 두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커들러 위원장은 또한, "미국은 지적재산권 침해, 기술 이전 강요 등 중국 측이 그동안 행해 온 '무역 불공정 행위들'을 확실히 바로 잡을 수 있어야만 무역 전쟁을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미국이 이번 무역 전쟁을 단순히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정도에서 해결될 차원의 문제라고 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수한다는 생각이다.

    골드만 삭스 측은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0.4퍼센트 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인상은 결국 미국 수입 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미국 정부도 이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커들러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이 좋기 때문에 이를 감수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이제껏 잘못돼 왔던 양국 간 무역 관행을 바로잡음으로써 앞으로 미국이 얻을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보복 관세로 인한 피해를 무릅쓰면서도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수행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미국 농가를 돕기 위해 약 150억 달러(약 17조 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자신의 지지층인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면서, 미국이 입게 되는 손해를 감안하면서까지 무역 전쟁을 수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재선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는 트럼프에게 미중 무역전쟁에서의 승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외교 분야에서 이란, 베네수엘라, 그리고 북한 핵문제 모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며 호황을 보이는 미국 경제 상황 외에 내세울 만한 확실한 성과가 더 필요하다. 따라서 미중 무역 전쟁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관세는 미국을 훨씬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을 소개하며 “그가 2020 재선을 위해 대중국 관세 부과로 큰 도박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제프리 게르츠 연구원은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와의 인터뷰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대표해서 싸우는 '무역 전사' 이미지를 미국인들에게 심어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기 전, 이른 시일 내에 무역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을지로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중국 경제 구조 자체가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등으로 발전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이러한 경제 시스템을 바로 바꾸는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힘들고, 따라서 무역 전쟁이 쉽게 종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 미중 무역 마찰의 영향으로 13일 하락세를 기록한 코스피 지수ⓒ뉴시스
    ▲ 미중 무역 마찰의 영향으로 13일 하락세를 기록한 코스피 지수ⓒ뉴시스
    한국에의 영향: 정부는 “아직은 제한적”

    우리 정부는 일단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인한 영향이 일단 아직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3일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미국이 중국 상품에 대해 부과하는 추가 관세가 적용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는 만큼, 실물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에는 아직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가 넘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호승 차관은 또 "올해 하반기로 가면 반도체 수요 회복이 우리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안정조치나 수출증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상충되는 견해를 표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을 지속해 나갈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불안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연구 기관들은 좀 더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예고한 대로 관세 부과가 이뤄질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0.2%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한국 수출이 특히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총 수출량 중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대한 수출량이 38.9%에 이르는 데다, 대중국 무역 중 중간재 수출 비중이 무려 79%에 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연구원 측은 이에 따라 "한국 수출이 총 0.14%(연간 8억 7000만 달러· 약 1조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민간연구기관에서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양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282억6000만 달러(31조5천억원)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