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지원 뜸 들이는 한국, 무역전쟁 중국에 불만…“당분간 저강도 도발 계속할 것”
  • ▲ 지난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며 낄낄대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며 낄낄대는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5월 들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가 점점 커지는 좌절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김정은의 행태에 대한 분석 글을 올렸다.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 한 주 동안 북한 선전매체들을 살펴보면, 북한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에 대한 김정은의 좌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지난 4일과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도 미국과 중국, 러시아, 한국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남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것과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듯한 분위기를 근거로 들었다.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정상적인 화력 타격 훈련은 남북군사합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한국군을 성토하고,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대북식량지원은 생색내기를 하지 말라”고 비난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한 것이 그 근거라는 게 태 전 공사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 선전매체가 한국 정부를 향해 “동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한 의미는 “식량을 줄 거면 빨리 주면 되지 왜 시간 끌면서 소문을 내서 ‘북한은 약자, 한국은 강자’로 보이는 구도를 만드느냐. 우리는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 나게 받고 싶다”는 불만이 담겨있다고 봤다.

    태영호 전 공사는 또한 “북한의 개성공단 재가동 요구가 다시 등장한 것은 김정은이 ‘다시 재가동을 시도해 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 같다”고 관측했다.

    태 전 공사는 “생각보다 북한과 중국·러시아 간의 관계가 좋은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음에도 방러 이후 오히려 군사적 행보가 늘어난 것은 러시아로부터 뚜렷한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또한 “김정은이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이 中北관계 70주년을 맞아 금년 내로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고,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도 시진핑이 상반기 안으로 방북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다가 최근에는 이런 소문이 없어졌다”면서 “시진핑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 때문에 북한을 찾아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계산해 방북을 올해 하반기로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이처럼 김정은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중국, 러시아로부터 얻은 게 없는 데다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해도 미국이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한국 정부는 북한의 ‘생색내기’ 비난에도 불구하고 식량지원을 계속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김정은의 약이 바짝 올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김정은은 계속 희생양을 찾으려 할 것이고, 그러면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는 강경한 발언으로 과잉충성을 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져 결국 북한은 앞으로 한동안 ‘저강도 군사적 도발’을 해나갈 것이라는 게 태 전 공사의 분석이었다. 그는 “결국 올해 상반기에는 미북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