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기자는 들어야 한다니, 웬 궤변"… 전영기 "기자 출신 총리가 기자 욕보여"
  • ▲ 이낙연 국무총리. ⓒ뉴데일리DB
    ▲ 이낙연 국무총리. ⓒ뉴데일리DB
    송현정 KBS 기자를 향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훈계’에 언론계가 뿔났다. 이 총리는 “신문의 ‘문’은 들을 문(聞)”이라며 송 기자의 대담 태도를 지적했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인 및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잘 경청해야만 기자냐”는 견해를 밝혔다. 송 기자의 질문 태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 이들의 실망감을 더욱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13일자 지면에 ‘송현정과 누추한 촛불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행동이나 말, 생각이 쓸데없고 싱거울 때 ‘객쩍다’는 표현을 쓴다. 이 총리가 자기 페북에서 좀 객쩍은 소리를 했다”며 이 총리의 언론관을 지적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신문의 ‘문’자는 들을 ‘문(聞)’자인데 많은 기자들은 물을 ‘문(問)’으로 잘못 안다. 근사하게 묻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며 송현정 기자를 겨냥했다.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직후 문 대통령 극성 지지층이 송 기자의 대담 태도를 지적하자 이에 가담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전 칼럼리스트는 “이 총리가 틀렸다”며 “신문은 동사가 아니라 명사다. 독자가 새로운 소식을 듣는 종이매체가 신문이다. 굳이 동사로서 ‘들을 문’자 신문을 얘기하고 싶다면 그 주어는 독자”라고 꼬집었다. “독자가 듣는 것이고, 독자에게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기 위해 기자가 묻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가 묻지 않으면 취재원은 답하지 않는다. 자기에게 유리한 말, 혹은 거짓말부터 하기 일쑤”라며 “권력자일수록 그렇다. 문 정부의 실권자들이 대체로 이런 경향을 띠고 있는 건 지난 2년간 신물나게 봤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 총리가 기자 출신인 점을 강조하며, 이 총리가 기자 전체를 욕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가 근무하던 언론사(동아일보)의 선후배 기자들은 독재자나 권위주의적 취재원들에게 직설적이고 공격적으로 묻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권력자의 눈빛과 표정, 태도와 얼떨결에 튀어나온 답변들이 독자가 듣는 새로운 소식이 됐다”면서 “이 총리는 치열하게 취재하고 질문하는 기자 전체를 욕보였다. 이낙연의 궤변이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 소위 ‘문빠’들한테서 점수를 좀 땄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전두환 대통령 찬양했던 이낙연 기자

    언론인 출신 의원들도 이 총리를 비판하는 분위기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30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던 본 의원은 ‘기자는 들어야 한다’는 이 총리의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궤변이다. 이 말인즉, 송 기자도 대통령의 말을 잘 듣기만 했다면 됐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이 총리는 혹시 신문의 ‘문’자가 문재인의 ‘문(文)’이 되길 바랐던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동아일보 기자 시절 ‘위대한 영도자’라며 전두환 대통령 찬양기사를 썼던 이 총리는 정권의 말을 잘 듣는 기자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듣는 당사자는 기자가 아니라 엄연히 독자이며 국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기자는 국민들이 듣고 싶은 질문을 대신 물을 뿐이다. 이를 총리가 나서서 비판한다면 곧 살아있는 권력이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 한 ‘언론탄압’”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편협하고 포용성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해프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