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안포에 타격 원점 제공" 우려…군 출신 이종명 의원 “스스로 무장해제" 격앙
  • ▲ 연평도와 백령도에 있던 등대는 북한이 간첩을 남파하면서부터 폐쇄됐다. ⓒ이종명 의원실 제공.
    ▲ 연평도와 백령도에 있던 등대는 북한이 간첩을 남파하면서부터 폐쇄됐다. ⓒ이종명 의원실 제공.
    문재인 정부가 연평도의 등대를 다시 켜기로 했다. ‘간첩’ 침투 문제로 가동을 중단한 이 등대를 안보 측면이나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켜기로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판문점선언 1주년’ 맞춰 켜려 한 연평도 등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25일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서북도서 일대 조업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연평도 등대를 재점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해수부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남북공동어로수역이 설치되고, 인천항과 해주·남포를 잇는 화물선 항로가 열릴 때에 대비한다며 연평도 등대 재점등 계획을 밝혔다.

    해수부는 당시 “국방부와의 협의를 거쳐 연평도 등대 재점등의 구체적 시기를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남북관계 냉각, 며칠 전 북한의 방사포·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연평도 등대 재점등을 밀어붙였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해수부와 합동참모본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4·27 판문점선언 1주년’에 맞춰 행사를 진행했다. 또 연평도 등대가 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해수부도 알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자료에는 연평도 등대가 1974년 군의 대간첩작전에 따라 소등됐고, 1987년에는 등탑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철거하고 관리인원도 철수시킨 뒤 폐쇄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5년 남북해운합의 때도 정부가 연평도 등대를 재점등하려 했지만, 해군이 “북한 해안포에 타격 원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히 반대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해수부는 “연평도 주민들은 등대가 켜지면 어장 확장 및 조업시간 연장 가능성과 연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백령도 등대는 재가동하면 둘레길 공원화사업과 연계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을 앞세워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해 등대를 재점등한다는 계획까지 곁들였다.

    합참과 해군·해병대 “불빛 방향만 조정하면 괜찮다”

    이에 합참은 지난 4월 ‘조건부 동의’의 뜻을 밝혔다. 합참은 해수부의 요청에 “군사작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대 불빛의 도달거리와 방향을 조정하고, 우발상황 발생 시 통제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연평도 일대에서 작전을 벌이는 해병대와 해군 부대 역시 “등대 불빛 방향만 조정한다면 작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 문재인 정부가 재점등하려는 연평도 등대의 위치. 한국보다는 북한에 더 필요한 등대다. ⓒ이종명 의원실 제공.
    ▲ 문재인 정부가 재점등하려는 연평도 등대의 위치. 한국보다는 북한에 더 필요한 등대다. ⓒ이종명 의원실 제공.
    군의 이 같은 태도에 이종명 의원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과, 같은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을 거론하며 “2005년 해군이 강력히 반대했을 때와 비교해 서북도서의 안보위협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인데도 군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따른다며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수부가 재가동하려는 연평도 등대는 인천보다 북한에 더 가까워 NLL 북방으로 갈 수 없는 우리 측 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천시 옹진군 송림면 연평리 산 10번지에 있는 등대는 1960년 3월 세워졌다. 처음 등대가 생겼을 때는 조기잡이 어선들의 조업에 도움이 됐다. 이때만 해도 북한은 해군 전력이 미약해 NLL 인근에서 큰소리를 치지 못했다.

    이종명 의원 “북한군·간첩에게 길 열어줄 것”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북한이 계속 간첩선을 내려보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대간첩작전본부는 1974년 3월 연평도 등대가 우리 측보다 오히려 북한군이 침투경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소등을 지시했다. 정부는 1987년 4월 관리 인원과 발전기 시설을 철수시켰고, 1997년 3월에는 시설 자체를 완전히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연평도 등대가 켜지면, 그 불빛을 한강 하구 북단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어로한계선을 넘어 조업하는 어민이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등대는 한국 어선보다  NLL 인근 서북도서 해역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이나 북한의 대남 침투정에만 도움이 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군이 도입한 초고속 침투정(VSV)에 연평도 등대는 좋은 이정표가 된다. 해수부는 이런 등대의 불을 밝히기로 한 것이다.

    이종명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북한 육로가 불편하다고 하소연하니까 해로를 열어주려는 거냐”면서 “연평도 등대가 이대로 켜지면 북한군과 간첩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비판과 우려에도 해수부와 해병대는 오는 5월 17일 오후 7시 연평도 등대 재점등 기념식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