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과음한 듯 아침 회의 불참… 민주·정의·평화당 총선 공천 연대 가능성 커져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더불어민주당은 심야에 선거제,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고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특히 선거법 개정안으로 연대했던 정의당·민주평화당 등과 향후 총선을 전후로 '좌파연대'를 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9일 밤 '회의장 기습 바꿔치기' 전략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18명 중 11명이 투표에 참석,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자정이 넘은 시각 정치개혁특위도 선거법 개정안을 한국당 소속 위원을 제외한 12명 위원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회의 개의를 막지 못한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이 선포되는 상황에서 "날치기이고 무효"라고 소리쳤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패스트트랙 가결 직후 의원총회에서 "오늘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큰 제도를 굳건하게 세울 중요한 법"이라며 "홍영표 원내대표가 어려운 협상 때마다 머리가 다 빠져가면서 고생했다"고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기쁜 보고를 드릴 수 있게 돼 저도 정말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오늘 드디어 공수처법을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해 공수처 설치에 한 걸음 나아가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마침 생일을 맞은 홍 원내대표는 통상적으로 회의를 주재했던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과로로 힘들어하셔서 회의에 나오지 못했다"고 불참 사유를 대신 설명했지만, 피로가 쌓인 배경에는 새벽에 생일과 패스트트랙 통과가 겹친 것을 축하하는 술자리가 길어져 과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에서 합의 정신과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리고 개혁입법의 첫 발을 뗀 것이기 때문에 사실 기분은 좋았다"고 패스트트랙 가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동물국회' 상황으로 지지부진했던 패스트트랙을 5일 만에 극적으로 통과시킨 민주당은 공수처법 원안이 수정됐지만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사법개혁을 이뤄낼 동력을 일단 확보했다는 점에서 한시름 덜어낸 분위기다. 

    선거법, 내년 총선 적용 예상… 여야 '장기전'에 입법정체 우려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보다 심각하게 반발하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를 적용하면 정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금보다 의석수가 줄고, 강성 좌파인 정의당은 의석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야 4당은 본회의 표결을 우선 선거법→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법 순서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이번에 패스트트랙 연대로 동질감을 갖게 된 정의당·민주평화당 등과 향후 총선을 전후해 공천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들은 최장 330일 안에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이르면 올 10월, 늦어도 총선 한 달 전인 내년 3월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게 된다.

    정의당은 최근 각종 시뮬레이션 결과가 보여주듯 선거제 개편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당은 원내 6석의 ‘미니 정당’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선 10% 가까운 당 지지율을 보인다. 이번에 여야 4당이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교섭단체 구성(20석)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도 범여권 연대를 노릴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패스트트랙 파동을 거치면서 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정국은 한동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추경은 물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필수 민생법안의 처리가 막히면서 시급한 입법과제들까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제1야당과 협치를 통해 정국을 운영할 책임이 있는 여권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