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만나는 사람이 '드루킹 관계자'인지 알 길 없어…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7일 법원의 보석허가로 서울구치소에서 퇴소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7일 법원의 보석허가로 서울구치소에서 퇴소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드루킹 불법 댓글조작’ 혐의로 법정구속된 김경수(52) 경남도지사에 대해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자 김 지사의 증거인멸을 우려하는 법조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 지사의 보석 조건이 한 달 전 보석으로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해 사실상 ‘제한’이 거의 없는 데다, 법원이 김 지사의 증거인멸을 감시할 제도적 장치도 가지고 있지 않은 탓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김 지사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피고인은 창원시에 주거할 것 △법원의 소환을 받은 때에는 반드시 출석할 것 △재판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만나지 말 것 △도주 및 증거인멸을 하지 말 것 △3일 이상 주거지를 벗어나거나 출국할 경우 미리 신고해 허가를 받을 것 등의 조건을 달았다.

    법원은 김 지사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재판 관계자와 접촉과 도주 및 증거인멸을 금지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실질적으로 김 지사의 증거인멸을 감시할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 제102조는 ‘도망하거나 죄증을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보석을 취소하게 했지만, ‘충분한 이유’를 감시하기 위한 법률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과, 김 지사의 1심 이후 실형을 선고한 판사를 정부와 여당이 탄핵법관 명단에 올리는 등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김 지사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허익범 특별검사팀 역시 김 지사의 보석을 반대하며 “(김 지사가) 관계자들과 접촉해 진술을 회유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법원에 김 지사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인력 투입 계획이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보석 조건에 포함된 재판 관계자와 접견 금지는 사실상 선언에 가까운 것”이라며 “도지사직 업무 자체가 사람을 만나는 것인데, 그 사람들이 드루킹이나 그 일당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의 증거인멸은 야당이 추진하는 드루킹 재특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야당은 드루킹 재특검 시 수사대상 범위를 문재인 대통령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을 문 대통령이 모르고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 야당측 주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경수·드루킹 게이트 재특검 대상의 범위를 넓혀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특검 대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미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보석 이후 특히 문 대통령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공동대표는 “드루킹은 본인이 선플운동을 한다고 하는데,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문 대통령이 대선활동을 하면서 똑같이 선플운동을 얘기한다”며 “결국 선플이라고 하는 것은 댓글조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드루킹 재특검에서는 문 대통령의 댓글조작 관여 여부를 포함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김 지사가 이 부분의 증거를 인멸하게 되면 진실을 밝혀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