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에너지 공청회 현장] 정부 "신재생, 35%로 확대" 선언에 시민단체들 강력 반발
  •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19일 산업부 주최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가 끝난 뒤 해당 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19일 산업부 주최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가 끝난 뒤 해당 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19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도중 객석에서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며 사실상 파행했다. 원자력계·시민단체의 성토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며 정부 관계자를 비롯한 토론회 패널들은 쫓기듯 회장을 떠났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질문, 원성, 한숨, 질타, 고함... 공청회 아수라장

    산업부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발표 및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박재영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과장이 정부안을 공개했고,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재생에너지발전 비중 관련 전문가 분석 결과 등을 발표했다. 김진우 건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배정환 전남대 교수 등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산업부가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17년 기준 7.6%인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최대 35%로 확대하고, 석탄발전 비중은 크게 감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박재영 과장은 "3차 계획의 비전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제고"라며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믹스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탈원전하면서 해외에는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방침은 그대로였다. 박재영 과장은 "원자력은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면서 "수출지원을 위한 일감 확보와 산업, 인력, 핵심 생태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 인력과 재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임재규 위원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비례해 증가하는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창출하는 포괄적 편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정환 교수는 "기존 전통 에너지가 주력 에너지 역할을 했던 이유는 그만한 인력과 자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신재생이 그 역할을 하려면 인력 양성과 함께 국가 재정을 어떻게 신재생에 투자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 없이 어떻게 전기를 싸게 공급할 수 있나"

    이날 총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코엑스 컨퍼런스룸 객석 곳곳에는 정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탈원전을 비판하기 위해 참석한 이언주·최연혜 의원과 원자력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수십명이 앉아 있었다.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 '원자력정책연대' '신한울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관계자들은 이날 산업부 공청회 일정 종료시간에 맞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사전계획했다.

    이들은 미리 '3차 에기본(에너지기본계획), 무너지는 국가경제' 등이 적힌 현수막을 준비했다. 정부로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탈원전 불청객'들이 대거 참석한 공청회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어진 정부 관계자와 객석 간 질의응답은 난타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박재영 과장이 언급한 '원전 생태계 유지'와 관련해 정부 측에 "구체적 방안이 무엇이냐"고 묻는 객석의 질문으로 포문이 열렸다.

    이용환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국장은 "신규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겠다는 정부정책으로 산업계와 지역 인력의 우려가 있는 것을 정부가 충분히 알고 있다"며 "수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사업구조 전환 보완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객석에서 "국내에서 안 하는데 어떻게 수출하느냐"는 원성이 쏟아졌다.

    '미세먼지도 없고 이산화탄소도 없는 친환경 에너지인 원자력을 정부가 포기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다음 질문에 이 국장은 "에너지 전환정책은 경제성, 환경성, 지속가능성, 안전 등 모든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경주·포항 지진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 ⓒ박성원 기자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 ⓒ박성원 기자
    "에너지 안정성보다 대통령 공약이 중요한가?"

    다음 질문자는 객석 앞쪽에서 손을 번쩍 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였다. 발언권을 얻은 주 교수는 "이 국장님이 안전과 환경 고려해서 원전 안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판단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린다"며 운을 뗐다.

    주 교수는 "에너지기본계획의 궁극적 목표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 대기환경성 증진"이라며 "이런 것들을 목표로 정해놓고 에너지 믹스를 해야 하는데, 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탈원전을 우선 절대선, 불가침 영역으로 정해놓고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력 없이 어떻게 안정적인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국장은 "에너지정책은 정부가 결정했다. 8차 전력수급계획을 2017년에 발표하면서 법에 규정된 절차를 거쳤다"며 "원자력 없이 어떻게 적절한 가격에 전원을 구성할 것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받았다. 이어 "발전단가 추이를 볼 때 정부는 신재생 분야에 대해서는 급격히 단가가 하락해 충분히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는 때가 온다고 말씀드리겠다"고 주장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두산중공업 관계자 이강현 씨도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480개 협력사 사장님들은 정부 탈원전 때문에 장비를 팔아 직원 월급을 주고 있다. 월급 못 줄 때 눈물로 밤을 새우고 있다"며 "책상에 앉아 고민만 하지 말고 현장에 직접 가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지 보시라"고 소리쳤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2년'을 거치는 동안 원전 수주 길이 사실상 막혔다.

    "대통령이 뭐길래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나"

    객석의 질문이 정부정책 비판에 집중되고, '탈핵 마피아가 졸속 추진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무효'라는 외침이 계속 터져 나오면서 연단에 앉은 패널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앞서 최연혜 의원은 "발언권을 달라"고 손을 들었고, 김진우 교수는 "알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미 공청회는 아수라장이 된 뒤였다.

    이에 김 교수는 "정리합시다"라며 "어쨌든 시간이 됐기 때문에 공청회를 마친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다른 패널들도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최 의원은 연단에 다가가 "왜 발언 기회를 안 주는 거냐"고 따졌다. 옆에 있던 이언주 의원도 "이런 건 공청회라고 할 수 없다"고 거들며 "탈원전은 헌법 위반"이라고 소리쳤다. 최 의원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에 대해 오늘 이 에너지안은 완전 무효라는 것을 천명한다"고 말하는 사이 마이크와 장내 전등이 꺼지면서 이들의 분노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언주 의원은 "방금 두산중공업 이야기를 들었다시피 멀쩡한 회사와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데 국민 의견을 듣지 않고 대통령이 멋대로 (탈원전을) 해도 되느냐"며 "대통령이면 국민 재산과 일자리 없애도 되느냐. 이미 진행되던 원전사업을 대통령이 중단시켜 국민기본권을 침해해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란 자가 도대체 뭐길래 자기의 잘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느냐"며 "국민이 문재인 정권을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최연혜 의원도 "미세먼지 없애는 데 1등공신인 원전을 없애고 태양광과 가스발전으로 대체하겠다는 건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100% 수입해야 하는 가스발전에 에너지안보를 맡긴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외쳤다. 이어 "산업부 국장이란 사람은 기존 원전이 60년 가니까 괜찮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원전산업이 다 죽고 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대통령부터 공직자들, 여기 앉았던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을 국민이 반드시 막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동하는 자유시민' '원자력정책연대' '신한울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등 단체 관계자들은 불 꺼진 연단에 올라 현수막을 펼치고 계획했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제3차 에기본은 단지 정부의 탈원전 공약 이행을 위한 눈속임 짜맞추기식 목표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정치적 이념화를 중단하고, 국가 에너지안보는 정권차원이 아닌 국익을 위해 심사숙고해 수립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