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권 양보 말라" 靑 주문설…"민주당내 강경파 압박에 밀려" 분석도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현 기자
    공수처 설치법안 패스트트랙 처리가 좌초되자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졌다. 바른미래당에서 의원총회를 통한 추인에 실패하면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왔다. 기소권을 두고 이견이 벌어져, 믿을 수 있는 합의문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외적으로 '기소권에 대한 양보는 없다'는 당의 공식 견해를 밝혔지만, 물밑협상 과정에서는 기소권의 일부를 양보하면서 패스스트랙의 불씨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기소권을 주는 공수처 법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추인을 밀어붙일 계획이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 같은 공수처 법안에 대해 홍 원내대표와 구두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8일 바른미래당 의총 도중 홍 원내대표가 "공수처에 완전한 기소권을 부여하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고, 바른미래당 안에 합의한 바 없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의총장이 발칵 뒤집혔고, 회의는 무위로 끝났다.

    결국 바른미래당과 민주당 간 신뢰에 금이 가면서 두 당의 부담이 커졌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19일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나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당내 상황 때문에 아마 김관영 원내대표하고의 합의사항을 파기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는 웃음거리 의총, 바보 의총이 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패스트트랙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홍 원내대표가 왜 판을 깨는 발언을 했을까. 박 의원이 말한 홍 원내대표의 '당내 상황'은 무엇일까.

    "홍영표, 강경파 무마 위해 액션 취한 것"

    장진영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19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홍영표 원내대표가 왜 그렇게 뒤통수를 쳤느냐는 분석에 대해선 여러 가지가 있다"며 "'청와대에서 원안을 고수해야 된다는 오더가 있었다'는 설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민주당 내 강경파들, 홍 원내대표가 (반발을) 좀 무마하기 위해 그런 액션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그런데 그게 마침 의원총회랑 맞물리는 바람에... 그렇게 뒤통수를 치려고 친 건 아니라는 얘기"라며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통화해보니 그렇게 해석하는 목소리가 있더라"라고 전했다.

    홍 원내대표로서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의 반발을 잠재우고 당내 설득도 같이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게 됐다. 공식적인 합의문을 만들게 되면서 물밑협상 여지가 좁아지게 됐다는 점은 새로운 장애물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기소권에 대한 양보는 없다'는 공식 견해 자체를 수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당내 추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당내 추인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민주당 내에서 선거제 개혁 자체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 기소권까지 양보한 것으로 비친다면 '실익이 없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이해찬 "수사권·기소권 분리? 수용 안해"

    민주당 지도부의 견해는 강경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는 당연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는 것을 전제로 논의해왔다"며 "최근에 와서 분리해서 수사권만 갖고 기소권은 갖지 않는 공수처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당에서는 아직은 그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금태섭 의원의 공수처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일부 개별의원의 주장일 뿐, 당론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얼마 남지 않은 패스트트랙 시한도 부담 요소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데 최장 330일이 걸린다.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계류기간 60일을 줄일 수 있지만, 그래도 270일은 소요된다. 이를 감안하면 물리적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선거구 획정시한도 이미 지난 탓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패스트트랙에 합의해도 새로운 선거제가 내년 총선에 적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은 이번 주말에 다음주 최종 합의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