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이발도 못하게 제한 vs 김경수는 창원시 활보, 도정 복귀… "法 차별" 지적
  •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서울구치로에서 퇴소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서울구치로에서 퇴소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김경수(52) 경남도지사에 대한 법원의 보석 결정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논란이 커졌다. 김 지사의 보석 조건이 한 달 앞서 보석을 허가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보석 조건과 비교해 형평성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김 지사의 보석 조건이 특정 주거지로 국한되지 않은 데다, 사람과 접촉 제한도 없어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주거 제한, 대면접촉 금지, 통신제한 등 사실상 ‘구금상태’로 풀려났다. 이로 인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 결정이 김 지사 보석 허가를 위한 ‘보여주기’ 아니었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한 댓글조작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77일 만인 지난 17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경수, 창원 시내에서 마음껏 이동... 재판 관계자 외 대면도 가능

    법원은 김 지사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피고인은 창원시에 주거할 것 △법원의 소환을 받은 때에는 반드시 출석할 것 △재판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만나지 말 것 △도주 및 증거인멸을 하지 말 것 △3일 이상 주거지를 벗어나거나 출국할 경우 미리 신고해 허가를 받을 것 등의 조건을 달았다.

    창원시 내에서는 이동의 제약이 없어 사실상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 김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며 도정에 복귀했다. 김 지사는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도정을 하나하나 챙겨나가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반면, 법원은 지난달 7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을 허가하면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창원 시내에서 이동이 자유로운 김 지사와 달리 주거지를 자택으로만 제한했다. 법원 허가 없이는 병원 진료를 포함해 주거지 밖으로 이동할 수 없게 했다.
  •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김 지사는 747.67㎢ 규모의 창원시를 활보하며 아프면 병원 진료도 받을 수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은 209.56㎡(1층 기준)의 집 안에서만 머물 수 있다. 단순히 면적만 비교하면 김 지사의 활동범위는 이 전 대통령의 373만 배 이상이다.

    김경수 747.67㎢ vs MB 200여㎡…활동범위 374만 배

    또 이 전 대통령은 직계가족과 변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과 대면접촉은 물론 전화나 이메일 등 통신을 이용한 접촉도 할 수 없다. 매주 화요일에는 지난 일주일간의 시간별 활동내역을 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주거제한이나 통신제한을 일시적으로 해제할 때는 모든 내역을 검사에게도 통지해야 한다. 이중으로 감시망을 구축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사실상 자택구금 상태로 한 달간 이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어 최근 이발소에 가게 해달라고 법원에 외출허가(주거 및 외출 제한 일시 해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반면,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 등 재판 및 사건 관계자만 제외하면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 통신제한 조치도 없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사실상 자택구금 상태에서 대문 밖에는 기자들과 유튜버들이 매일 24시간 진을 치고 있다 보니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라며 “구치소에 있을 때는 그래도 변호인 등 접견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못 만나기 때문에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석에 대해 법원이 ‘차별적’ 조건을 내걸면서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권 인사들의 보석 조건과 비교해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법치주의를 포기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무엇보다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은 김 지사에 대해 사실상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한 것이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증거인멸 가능성 높은데… 납득 안돼"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보석 조건의 차이는 살아 있는 권력과 그 반대편으로 지목된 사람의 차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사실상 자택구금이나 다름없게 해놓고 김 지사를 불구속 재판으로 풀어준 것은 차별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지사의 경우 대면접촉이나 주거제한 조치가 매우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드루킹과 증언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인물에 대해 보석을 허가해준 것도 비상식적이지만, 보석 조건은 더욱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 자체가 김 지사의 보석을 위한 보여주기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법조인은 "많은 법조인이 우려했던 부분이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이 김 지사의 보석을 허가하기 위한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냐는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이 구속만기일인 4월8일보다 조금 빨랐는데, 이렇게 미리 허가해준 것이 김 지사를 빼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느냐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