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불구, '진보 텃밭' 통영·고성서 가까스로 승리… 여야 주도권 싸움 격화될듯
  • ▲ 정점식 자유한국당 통영·고성 보궐선거 후보가 당선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점식 자유한국당 통영·고성 보궐선거 후보가 당선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4.3보궐선거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창원‧성산에서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막판 초접전을 벌이기는 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당초 예상대로 통영‧고성은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창원‧성산은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진보 진영이 나란히 ‘1승1패’를 차지함에 따라 정국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보선은 단 2곳에서 치러졌지만 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했다. 내년 총선 직전 선거이자 여야 대치가 절정에 이른 시점이어서 보선 승리가 곧 정국 주도권 쟁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곳 모두 PK(부산‧경남) 지역이라는 의미도 컸다. PK는 보수 아성이었지만,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며 여권의 동남권 교두보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집권 3년차 정권 심판론을 피해가기 위해, 한국당은 내년 총선 전 정국 반전을 위해 명운이 걸렸던 셈이다. 

    하지만 당초 정치권 기대와 달리 여의도 정치 지형에 미칠 파장은 미미할 전망이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창원‧성산 보선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4만2663표(45.75%)를 얻으며 당선됐다. 강기윤 한국당 후보는 4만2159표(45.21%)로 2위를 기록했다.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3.57%, 손석형 민중당 후보는 3.79%을 득표했다. 

    통영‧고성의 경우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개표 초반부터 양문석 민주당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정 후보는 3일 오후 11시40분 기준 3만4345(59.5%)표를 얻어 2만0955(36.3%)표를 얻은 양문석 민주당 후보에 압승했다. 현재까지 개표율은 80.5%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보선 결과로써 어느 누구도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해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정치적 시험대가 내년 총선으로 넘어가게 돼 보수‧진보 진영의 대치 전선이 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크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찝찝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범여권 단일화 후보가 1승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빈손’이다. 문재인 정권 집권 후 ‘TK 패싱’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PK에 힘을 실었던 민주당이다. 그런데도 PK 민심이 다시 한국당으로 쏠리는 모습은 뼈아픈 대목이다. 

    한국당은 2곳 중 1곳만 이겼더라도 ‘사실상 승리’라고 자평할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탄핵 정국을 거치며 이반한 PK 민심이 돌아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당초 ‘진보 정치 1번지’로 꼽히던 창원‧성산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정의당은 일찍이 민주당과 단일화를 통해 진보 표심을 결집시켰다. 반면 한국당은 ‘황교안 당대표 축구장 유세’ ‘오세훈 전 서울시장 막말’ 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낸 성과인 것이다. 

    정의당은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를 사수했다는 점에서 ‘본전’이라는 평가다. 강기윤 후보에게 504표까지 추격을 허용한 것도 진보 진영에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1석을 다시 확보함에 따라 의석수가 6석으로 늘어, 민주평화당(14석)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된 점에서는 괄목할 만하다. 원내교섭단체는 각 상임위 간사로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정의당은 그동안 앞장서 주장한 선거제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논의 안건 추진을 위해 원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의당이 현재 ‘민주 대 보수2당’ 정국의 균형을 맞출 키를 쥐게 된 셈이다. 

    바른미래당은 당장 손학규 대표 지도력 논란으로 인한 내분에 휩싸일 전망이다. 당초 당 일각에서는 손학규 당대표가 창원‧성산에 올인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득표율 3%대에 그치며 민중당에게도 뒤쳐졌다. 결국 제3당으로서 존재감에 치명타를 입으며, 책임화살이 손 대표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보선 투표율은 51.2%로 집계됐다. 창원성산은 전체 유권자 18만3934명 중 9만4101명이 투표해 51.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통영·고성은 유권자 15만5741명 중 7만9712명이 투표해 역시 51.2%의 투표율을 보였다. 고성(53.5%)이 통영(50.2%)의 투표율을 약 3%포인트 정도 앞질렀다. 이는 2017년 4·12 보궐선거 당시 같은 시각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53.9%보다 약 2%포인트 낮은 수치다.


  • ▲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심상정 의원이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결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 심상정 의원이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결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