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수억명 초대형 은행" 사실상 중국 공산당이 소유… 대북제재 더욱 강화될 듯
  • ▲ 트럼프 정부에 중국은행 제재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테드 요호 美하원의원. ⓒ미국의 소리 보도 화면캡쳐.
    ▲ 트럼프 정부에 중국은행 제재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테드 요호 美하원의원. ⓒ미국의 소리 보도 화면캡쳐.
    “미북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협박성 발언이 있은 뒤 미국 정치권에서는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북한 정권과 거래를 의심받는 중국 대형은행을 제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9일 “테드 요호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이 정부에 중국의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에 제재 부과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정부는 중국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이 북한 돈세탁에 연루된 사실을 찾아낸 바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익재마이너>도 최근 요호 의원이 “대중 무역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을 화나게 할 수는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현 시점에서는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요호 의원은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정부에 중국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에 대한 제재는 물론 북한 돈세탁에 연루된 유령회사와 개인들의 단속도 계속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중국 4대 은행 중 2곳 금융제재 촉구

    중국 농업은행은 세계 4위의 자산을 보유한 대형 은행이다. 상업은행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공산당이 소유한다. 3억2000만 명의 거래고객, 270만 개의 법인고객, 2만4000여 지점, 직원 44만 명을 거느린 초대형 은행이다. 부실채권이 많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건설은행도 국내 1만4000개를 포함해 전 세계에 2만1000지점, 직원 41만 명을 거느린 초대형 은행이다. 농업은행·공상은행·중국은행과 함께 공산당이 보유한 4대 은행 가운데 한 곳이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요호 의원은 “미국 정부들은 예전부터 북한 비핵화를 이루려 노력해 왔지만, 문제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며 “따라서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의 거대금융기관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 중국건설은행의 한 지점. 중국 4대 은행 가운데 건설은행과 농업은행이 북한 돈세탁을 도왔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건설은행의 한 지점. 중국 4대 은행 가운데 건설은행과 농업은행이 북한 돈세탁을 도왔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요호 의원은 이뿐만 아니라 홍콩을 직접 찾아가 북한 돈세탁에 연루된 현지 유령기업 단속을 촉구하는 등 미국정부와 별개로 대북 압박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정의가 최종적으로 정해지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했음을 확인하기 전에는 그 어떤 제재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정부는 요호 의원의 제안을 받은 뒤 “먼저 김정은의 조치를 기다려보겠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전했다.

    이처럼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주로 의회에서 나온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일 “의회 안에서는 추가 대북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원 막론하고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 촉구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에서 “요호 의원이 거듭 밝혔듯,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이행하도록 만들기 위해 중국 대형은행에 대한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셔먼 의원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협박성 발언을 지적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강화하는 합의에 북한이 동의하도록 대북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또 생겼다”고 주장했다.

    코리 가드너,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대북제재 부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은 용납할 수 없으며,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까지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원회는 오는 27일 ‘국무부 외교전략 및 2020회계연도 예산 요청’ 청문회에 폼페이오 장관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하원 외교위는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북한의 핵·미사일실험 재개 위협 등을 이유로 대북제재 강화를 요청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사실상 의회를 통해 움직이는 나라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한국정부가 주장하는 ‘굿 이너프 딜’이나 북한이 말하는 ‘상응조치’ 대신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