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경찰, 사설 포렌식 업체에 "폰 복원 불가로 해달라" 요구
  •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 동안 가수 승리 등 지인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소위 '몰카' 영상을 수차례 올린 사실이 적발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된 가수 정준영(30·사진). 그런데 그는 과거에도 비슷한 혐의에 연루돼 검찰 수사까지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난 전력이 있었다.

    정준영, 3년 전 '여친 몰카' 찍다 형사입건

    2016년 8월 6일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로 알려진 A씨는 "정준영이 지난 2월쯤 자신의 신체 일부를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했다"며 서울성동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며칠 뒤 A씨는 "정준영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소 취하 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은 "정준영이 카메라 등을 이용,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자 당시 정준영의 소속사(C9엔터테인먼트)는 "정준영이 일반인 여성과 사소한 오해가 생겨 우발적으로 해당 여성이 고소를 했던 사실은 있으나, 고소 직후 바로 고소를 취하하고 수사 기관에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등 사적인 해프닝으로 마무리 된 상황"이라며 "비친고죄 특성상 절차에 의해 혐의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에 송치된 것 뿐이며, 현재 검찰에서도 정준영에 대한 추가 조사에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있어 무혐의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제 막 송치된 사건을 두고 '검찰이 추가 조사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가 소속사로부터 흘러 나오자,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은 "이번 사건을 원점에서부터 재조사할 계획"이라며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밝힌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당초 휴대폰을 증거물로 제출하라는 경찰의 요구에도 '고장 났다'며 제출하지 않았던 정준영에게서 휴대폰을 압수한 검찰은 삭제된 영상 기록 복원 작업을 통해 동영상의 성격과 촬영 경위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10월 6일 "휴대폰 분석 결과, 피의자가 고소인의 신체 부위를 촬영했다는 영상이나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고, 촬영 전후 상황에 대한 고소인의 진술이나 태도로 볼 때 피의자가 고소인의 의사에 반해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 3년 전 정준영 사건 수사 경찰관이 사설 포렌식 업체 직원과 나눈 대화. ⓒSBS
    ▲ 3년 전 정준영 사건 수사 경찰관이 사설 포렌식 업체 직원과 나눈 대화. ⓒSBS
    정준영, 멀쩡한 핸드폰을 '고장났다'고 거짓 진술

    지난 13일 방송된 <SBS 8시뉴스>에 따르면 휴대폰으로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지 12일이 지난 2016년 8월 18일, 정준영은 서울 강남의 한 휴대전화 복원 업체를 찾아가 복원을 의뢰했는데, 당시 정준영의 변호사가 업체에 제출한 휴대폰 복구 의뢰서에는 휴대폰 상태가 '정상'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틀 뒤인 8월 20일, 경찰에 출석한 정준영은 "휴대폰이 고장 났기 때문에 나중에 제출하겠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정준영 사건 담당 수사 경찰관은 "그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을 (분실했다가) 찾았다고 해서 '어디 있느냐, 숙소에 있느냐' 물어보고 '가방에 있느냐' 그러니까, (정준영의)변호사가 그제야 '○○업체에 의뢰했다'고 말했다"고 <SBS 8시뉴스> 측에 털어놨다.

    <SBS 8시뉴스>는 "끝내 (정준영의 변호사는) 휴대폰이 망가져 복구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경찰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정준영 측의 말만 듣다가 결국 수사 내내 정준영의 휴대폰은 만져보지도 못했다"며 "경찰은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전했다.

    경찰 "정준영 핸드폰, '복원 불가'로 해달라"

    보도에 따르면 "휴대폰이 망가져 복구할 수 없다"는 의견서는 놀랍게도 수사를 해야 할 경찰이 서울 강남의 휴대전화 복원 업체에 요구했던 내용으로 알려졌다.

    <SBS 8시뉴스>는 "2016년 8월 22일, 정준영 사건 수사를 맡은 한 경찰관이 휴대폰 데이터 복구을 한창 진행하던 업체에 전화를 걸어 '어차피 본인(정준영)이 시인하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차라리 업체에서 데이터 확인해 본 바, 기계가 오래되고 노후돼서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하나 써주면 안되겠느냐'는 부탁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포렌식 업체 측은 "저희도 어쨌든 하는 일이 그런 거라, 절차상 행위는 좀 있어야 되고, 왜 안 되는지도 얘기해야 되니까, 좀 그렇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준영의 변호인은 '휴대폰이 망가져 복구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포렌식 결과는 받아보지도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이번에 발각된 카카오톡 대화방 속 '몰카 영상'도 당시 정준영의 휴대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경찰이 이 업체로부터 정확한 포렌식 결과를 받지 못함에 따라 정준영 일행의 디지털 성범죄 행각은 3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