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발언은 美 블룸버그 통신의 표현… '국가원수모독죄'라는 이해찬, 세기적 망발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서울 동작을)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은 최근 20∼30년 사이에 들어 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 연설 가운데 백미(白眉)로 꼽아도 흠잡을 데가 없는 일대(一大) 명연설(名演說)이었다.

    연설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보여준 난동(亂動)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가죽처럼 두꺼워지고 굳어진 그들의 폐부(肺腑)를 얼마나 날카롭게 후벼서 휘저어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고 생각된다.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이해찬이라는 자가 나 원내대표가 연설 도중 해외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金正恩)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호칭한 사실을 개탄(慨嘆)한 것을 가지고 이미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88년에 폐지된 ‘국가원수모독죄’를 들고 나와서 길길이 뛴 것은 소나 말이 들어도 홍소(哄笑)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세기적(世紀的) 망발(妄發)이었다.

    우선 사실을 분명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문제의 “문재인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엉뚱한 호칭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어낸 문구가 아니다. 그것은 2018년 9월26일 있었던 유엔총회 연설과 그 직후 있었던 미국 폭스뉴스와의 TV 대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도에 넘치는 북한 김정은 옹호 발언에 충격을 받은 미국의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이 만들어낸 비아냥이었다.

    만약 이해찬 씨가 문제의 “문재인은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는 문구 그 자체에 그처럼 분개하는 것이라면, 그는 이미 반 년 전에 블룸버그 통신이 이 같은 보도를 했을 때 뉴욕으로 날아가서 문제의 블룸버그 통신사로 쳐들어가서 항의를 했던지, 아니면 '명예훼손(?)' 소송이라도 제기했던지, 그도 저도 아니면 하다못해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 앞에 드러누워서 항의 데모라도 했어야 할 일이다.

    이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가 지금에 와서 야당의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하는 본회의 연설에서 “도대체 어찌 되어서 이러한 호칭이 나오게까지 되었느냐”고 개탄하는 것을 가지고 그렇듯 방방 뛰는 것은 단순히 “행차 후 개나발”도 아니고 문자 그대로 “한강에서 뺨을 맞고 동대문에서 분풀이”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결코 곱게 보아 넘길 수 없는 망령된 행동이 아니냐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2018년 9월, 그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은 물론이고 폭스뉴스와의 TV 대담에서 김정은에 대해 한 말을 곰곰이 씹어 본다면, 그를 가리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비아냥댔던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과연 시비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해찬 씨가 초등학교 학생 정도의 어학실력을 가지고 있기만 하더라도 미국언론의 '표현'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다음은 폭스뉴스와의 대담에서 김정은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실제로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거듭된 핵과 미사일 도발 때문에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정은 위원장과 그동안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과 보다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고, 또 그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모습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TV 생중계를 통해서 우리 일반국민들이나 전세계의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많은 세계인들이 저의 평가에 동의하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젊지만 아주 솔직담백한 그런 인물이고, 또 비핵화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는 핵을 버리고, 그 대신에 경제발전을 통해서 북한주민들을 더 잘살게 하겠다는 그런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비핵화를 이룬 후에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라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그렇게 믿습니다.”

    이해찬 씨에게 물어보자. 과연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록(語錄)을 읽어보고도 여전히 “문재인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대해 길길이 뛸 생각인가? 이해찬 씨는 물론, 나 원내대표 연설 도중 난장판을 벌였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라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믿음’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3월12일은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오래 기억될 당대(當代)의 명연설로 만들어준 기념비적(記念碑的) 날이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