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전매체 동향 분석… “미사일·인공위성 발사 기미 보이지 않아”
  • ▲ 2016년 5월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씨 3대 우상화 서시사의 한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5월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씨 3대 우상화 서시사의 한 장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선전매체에서 “김정은이 우상화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국내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김정은의 명령을 보면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북한 선전선동분야에 위기가 생긴 듯하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4일부터 일주일 동안 북한 선전매체 동향을 분석한 글을 올렸다. 태 전 공사는 이 글에서 북한 선전매체가 주민들에게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소식을 알린 점, 북한의 선전선동 분야가 흔들리는 점, 북한이 현재 상황에서는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특이점으로 꼽았다.

    태 전 공사는 지난 8일 <노동신문>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소식을 전한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의 전반적인 보도 추세가 아직도 김정은의 베트남 방문과 미북정상회담을 성공적인 이벤트로 보도하는 와중에 은근슬쩍 일본을 끌어들여 미북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났다고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북한 근로자들을 비롯해 현재 해외에 있는, 거의 10만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매일 스마트폰으로 세계 소식을 접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선전선동분야가 흔들리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지난 6일 김정은이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 참가자들에게 “참신한 선전선동으로 혁명의 전진동력을 배가해 나가자”는 서한을 보냈는데, 거기에는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지적했다.

    태영호 “김정은, 수령 신비화 언급은 그나마 긍정적”

    김정은은 먼저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수령 신비화를 반대해 놓고는, 선전선동교육의 핵심이 김씨 일가에 대한 위대성 교육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선전선동교육의 핵심이 위대성 교육이라면 결국 수령을 신비화하라는 말인데, 이런 모순된 지침이 선전선동분야 관계자들로 하여금 갈피를 못 잡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서한에서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김정은은 2012년 등극한 직후 이미 당 규약 등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신과 연결시키는 것을 반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집권 후인 2013년 6월19일 북한에서 헌법보다 위에 있는 ‘노동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을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으로 바꾸면서, 제4조 ‘수령의 교시를 신조화해야 한다’는 표현을 ‘당의 노선과 정책으로 철저히 무장해야 한다’고 고쳤다고 한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이번에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당 선전선동분야의 기본과업이 김씨 일가의 위대성 교양으로 남아 있는 한 그들에 대한 신격화·우상화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최근 공개활동으로 볼 때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할 기미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됐음에도 지난 한 주 동안 태연자약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려 했는데, 갑자기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북한주민들도 무슨 일이 생겼느냐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