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축제 현장' 들이닥쳐 기습 시위… 경찰, 몸싸움 제지 않고 한동안 지켜봐
  • 27일 오후 1시경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을 찾은 민주노총 시위대의 모습.ⓒ박성원 기자
    ▲ 27일 오후 1시경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을 찾은 민주노총 시위대의 모습.ⓒ박성원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특정단체 회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여 행사를 훼방 놓았다. 특정정당의 전당대회에 특정단체, 그것도 반대 진영의 단체가 몰려와 규탄농성을 벌인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상도덕이 없다"는 한국당 당원들의 거센 눈총을 받았다.

    27일 오후 1시께 민주노총 시위대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릴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를 찾았다. 농성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갑자기 전당대회장 입구로 들이닥친 이들의 시위로 장내는 소란스러워졌고, 2시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는 일부 지연됐다.

    이들은 '평화시대 가로막는 분단적폐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이라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외쳤다. 아울러 손에는 '태극기와 손잡고 국민에게 칼 꽂는 자유한국당' '지금까지 이런 괴물은 없었다' '5·18 망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세월호 참사 중범죄자 황교안' '한국당 폭망' 등의 피켓을 들었다.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민주노총 시위대가 찾아와
    ▲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민주노총 시위대가 찾아와 "한국당을 해체하라"며 시위를 벌였다.ⓒ박성원 기자

    "황교안이 박근혜다" 호루라기 불며 맹비난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릴 전당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수천여 명의 한국당 당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우왕좌왕하다 이들을 향해 "남의 행사에 와서 뭐하는거냐" "민주노총 진짜 문제다. 문제"라고 외치며 맞섰다. 

    그러자 민주노총 시위대 측은 황교안 한국당 당대표 후보의 얼굴이 철창에 가로막힌 듯한 사진을 높이 들고 "황교안이 박근혜다"라고 외치며 호루라기와 나팔을 불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황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점한 것을 감안하면, 이들 시위대의 목적은 사실상 한국당 행사 자체를 비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또 황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적폐 한국당'의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준비해온 현수막을 펼치려는 시위대와, 이를 제지하려는 한국당 당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도 벌어졌다. 현장에 배치됐던 경찰은 양측의 몸싸움에도 제지하지 않고 지켜보다 1시20분쯤에야 시위대를 에워싸고 당원과 시위대를 분리했다.

    "이런 식으로 정당 행사 훼방 놓는 건 처음"

    당원들은 "대체 경찰은 저 사람들 안 내쫓고 뭐하는거냐" "진짜 상도덕 없는 인간들" "이래 놓고 일부 방송사는 우리가 '빨갱이' 욕하는 것만 내보낼 것 아니냐"며 카메라기자들을 향해 "우릴 찍을 게 아니라 민주노총이 어떤 식으로 시위를 하는지 똑바로 찍어라"라고 외쳤다.

    시위대를 피해 행사장으로 향하던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전당대회에 다른 단체가 와서 이런 시위를 한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 내부적으로 소란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반대 진영이 이런 방식으로 시위를 벌인 것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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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원 기자